6·25전쟁에 참전했다 사망한 재일 학도병의 부인이 남편이 전사한 뒤 60여 년 만에 전몰자 유족 인정을 받았다.
9일 주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일본 나고야(名古屋)에 거주하는 강선림 씨(86·사진)를 심사를 거쳐 전몰군경 유족으로 6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강 씨는 매달 131만2000원의 연금을 받게 됐다.
재일동포 2세인 강 씨는 1946년 나고야에서 경북 출신인 남편 박대벽 씨를 만나 결혼했다. 가정을 꾸린 지 4년 만에 6·25전쟁이 일어났다. 남편은 만 네 살 장녀와 생후 3개월 된 차녀를 남겨두고 1950년 9월 재일학도의용군으로 한국에 갔다. 그 후 소식이 끊겼다.
강 씨는 전사 통지를 받지 못했다. 다만, 남편의 친구로부터 “시신을 보지 못했지만 죽은 것 같다”는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자신의 눈으로 시신을 보지 못했으니 ‘어딘가 살아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으로 살아왔다. 일본에서 온갖 차별을 받았지만 딸 둘을 꿋꿋이 키웠다.
강 씨가 전몰군경 유족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도쿄(東京)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6·25전쟁 63주년 기념식이 계기였다. 주일 대사관은 전몰자의 배우자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강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당시 강 씨는 동아일보 등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남편은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지금까지 유족에게 주는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동안 수령하지 못한 연금을 받아 두 딸에게 아버지의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 후 주일 대사관 국방무관실이 강 씨가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각종 절차적인 지원을 했다. 국가보훈처는 보관하고 있던 수기 기록을 통해 전몰군경 유족 인정에 필요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면서 강 씨를 연금 수령 대상자로 등록했다. 다만, 연금은 강 씨의 여생 동안 지급되고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강 씨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분 좋은 목소리로 “한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남편의 희생을 인정해줘 너무나 고맙다. 연금은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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