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화 문화재청장 “반구대 암각화, 투명 차단막 그대로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0일 03시 00분


나선화 신임 문화재청장 간담회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신임 청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신임 청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해 정부 차원에서 카이네틱 댐(투명 차단막)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딱히 대안도 없이 뭔가를 바꿀 상황은 아니에요. 일단은 합의안대로 추진해야죠. 다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여러 의견을 수렴해 해결하겠습니다.”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한 나선화 문화재청장(65)은 무척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 함께 상의해서”와 “합리적으로”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울산에 있는 국보 제285호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3월 변영섭 전 청장이 첫 간담회에서 반구대 사진이 새겨진 명함을 돌렸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나 청장은 “모든 문화재 보존의 원칙은 자연 상태에서 백년 가는 문화유산을 지혜를 모아 300, 400년 가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기상학자든 누구든 다양한 전문가와 소통해 효율적인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숭례문을 비롯한 문화재 관리 지적에 대한 대응도 서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 청장은 “현재 문화재청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일부 사안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지금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나 청장은 이화여대 박물관 학예실장을 30년 넘게 지냈다. 도자사(陶瓷史) 권위자로 손꼽힌다. 변 전 청장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청장이다.

“어제 정진석 추기경을 뵈었는데 학교에 있던 사람이 행정을 어떻게 이끌지 걱정하셨습니다. 그래서 ‘학교도 행정 없이는 안 돌아간다’고 말씀드렸어요. 지금까지 여러 일을 해왔지만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진정성을 갖고 마음을 열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나 청장은 그런 뜻에서 문화재청 안팎 문화재 관계자들의 ‘사기 진작’을 가장 신경 써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그는 “문화를 다루는 사람들이 밝고 건강해야 결과물도 좋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나 청장이 처음으로 문화재청 직원들에게 한 얘기가 ‘나는 여러분을 믿는다’였다”고 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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