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5시 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천안역. 아침 승객을 맞이하기 위해 역사 문을 연 뒤 맞이방을 순회하던 명대호 역무원(41·사진)의 귀에 날카로운 비명이 꽂혔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3층 여자 화장실 쪽.
상황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뛰어간 명 역무원은 화장실 앞에서 비명에 놀라 화장실을 뛰쳐나오던 서모 씨(25)와 마주쳤다. 아래층으로 도망친 서 씨를 100m가량 추격하던 명 역무원은 뒤돌아선 서 씨의 손에 길이 20cm쯤 되는 흉기가 들려 있는 것을 봤다. 서 씨는 흉기를 휘둘렀고, 명 역무원은 재빨리 손으로 내리쳐 제압했다. 그는 “특수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며 제압 기술을 익혔던 것이 자연스레 발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체포된 서 씨는 술에 취해 여성 승객 이모 씨(45)의 가방을 빤히 쳐다보다 “왜 남의 가방을 보느냐, 노숙자냐”라는 말에 시비가 붙었고, 여자화장실로 들어간 이 씨를 쫓아간 뒤 흉기로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역무원은 2005년 코레일에 입사해 5년 4개월째 천안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순찰 중 발을 헛디뎌 선로에 떨어진 20대 취객을 발견해 열차가 들어오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구출한 바 있다.
여섯 살짜리 아들과 네 살짜리 딸을 둔 그의 남다른 ‘선행 본능’은 가족들의 자랑이다. 명 역무원은 “아내가 처음엔 놀라며 원망했지만 이내 곧 자랑스럽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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