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시작 두 달 만에 백화점 3사에 매장을 입점시킨 디자이너 출신 청년 사업가 임현석 씨. 그는 “어릴 적 어머니가 주시던 꿀빵과 가족이 함께 먹었던 우유향 가득한 아이스크림 등 복고적 감성이 대중의 마음을 파고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달콤한’ 맛으로 먹는 디저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사 끝에 잠깐 먹는 후식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형 식품업체들이 디저트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며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인기 있는 디저트 전문 식당들을 경쟁적으로 매장 안에 유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디저트업계의 ‘신성(新星)’으로 떠오른 것이 있으니 바로 ‘벌집 아이스크림’이다. 소프트아이스크림 위에 벌집을 얹은 이 먹을거리의 인기는 대단하다. ‘줄 서서 사먹는 아이스크림’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다.
벌집 아이스크림은 ‘소프트리’라는 국내 브랜드에서 만들었다. 이 제품을 개발한 사람은 실내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의 사업가 임현석 씨(35)다. 그는 지난해 5월 자본금 4억 원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1호점을 낸 후 두 달도 안 돼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백화점 3사의 주요 점포에 소프트리 매장을 냈다. 이는 관련 업계에서는 ‘전설’로 통할 정도의 일이다. 임 씨는 사업 시작 9개월째인 현재 15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매장 한 곳에서 월평균 8000만∼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외식사업에 처음 뛰어든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어떻게 사람들의 혀끝을 단숨에 사로잡았을까.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프트리 매장에서 만난 임 씨는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강조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일본 등 해외에 나가 보니 아이스크림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더군요.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제품을 만든다면 성공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 구상 중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어릴 적 어머니가 주시던 꿀 바른 빵과,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던 우유향 가득한 아이스크림이었다. 달콤한 맛이 행복한 느낌을 줬고, 그와 관련된 추억은 오래도록 가슴을 따뜻하게 해줬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임 씨는 2009년 본업을 접고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에만 꼬박 3년이 걸렸다. 처음엔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었지만 우유향 가득한 맛을 내기가 어려워 유명 우유업체로부터 재료로 쓸 유기농 우유를 구입해 쓰기로 했다. 벌집은 품질유지를 위해 농협 제품을 사용한다.
벌집을 얹어 단맛을 극대화한 아이스크림은 ‘다이어트의 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임 씨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삶 속의 ‘작은 사치’인 디저트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 사회의 특수성도 한몫했을 것”이란 솔직한 분석도 덧붙였다.
소프트리의 인기에 힘입어 임 씨는 올해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또 다른 디저트 브랜드를 낼 생각이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성공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도 생겼다. 벌집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끌자 여기저기서 소프트리와 비슷한 모방 상품이 나왔다. 아이스크림에 벌집을 얹은 형태뿐 아니라 아예 비슷한 이름까지 내건 업체가 10곳 가까이 된다.
임 씨는 “제품을 내놓은 지 1년도 안 돼 모방 제품이 이렇게 넘쳐날 줄 몰랐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법적 보호장치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이름과 메뉴, 디자인 등에 대한 특허를 출원 중이며 유사 제품을 만든 업체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