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미국 국방부는 멕시코를 ‘빠르고 갑작스러운 붕괴’ 위험이 있는 국가로 분석했다. 하지만 그런 멕시코를 구한 대통령이 나타났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48)이 주인공이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이머징마켓팀장은 최근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멕시코는 매우 선호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사회 정치 경제 분야에서 잇따른 개혁으로 멕시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12월 57대 멕시코 대통령에 취임한 니에토 대통령은 강력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은 75년간 국영기업이 독점하던 에너지 시장을 개방한 것. 그가 마련한 에너지개혁법안은 국영 석유기업인 페멕스가 독점하던 석유·가스 자원에 대한 탐사와 생산을 외국 기업을 비롯한 민간에 개방하는 내용을 담았다.
멕시코는 연근해의 석유 매장량이 바닥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독점기업인 페멕스는 심해유전 개발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니에토 대통령은 에너지 분야 개혁을 통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가 에너지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앞장섰다. 야당인 민주혁명당(PRD)은 국가의 유산을 외국 자본에 넘기려 한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이 법안은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고 발효를 앞두고 있다.
세제 개혁도 니에토 대통령의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다. 소득 상위계층에 대한 과세율을 올리고 정크푸드와 청량음료에도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주식 매매차익과 배당소득 과세도 지난해 10월 통과된 세제개혁법에 포함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를 통해 세수를 2018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7%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부패한 교육시스템에도 개혁의 칼날을 댔다. 돈으로 교사직을 사고팔거나 심지어 대물림까지 하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 또 정기적인 교원 평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잇따른 개혁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5일 멕시코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A3’로 높였다. 중남미에서 신용등급이 ‘A’대로 진입한 국가는 칠레에 이어 두 번째다. 멕시코는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네슬레 시스코시스템스 등으로부터 70억 달러(약 7조4200억 원) 투자유치 의향서를 받기도 했다. 올해 초 신흥국을 휩쓴 금융시장 불안에도 멕시코 통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니에토 대통령은 2005년 멕시코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친화력을 바탕으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공중보건시설 확충, 사회간접자본 투자, 버스 운영체계 개편 등으로 시민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또 공약으로 내걸었던 608개 항목을 대부분 실천해 신뢰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제도혁명당(PRI) 대통령 후보로 대선에 나섰고 12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니에토 대통령을 ‘멕시코 구하기(Saving Mexico)’라는 제목의 24일자 표지모델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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