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피겨 팬이라면 눈에 새겨 두고 싶은 경기가 있다. 소치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마지막 무대다.
김연아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하이 디맨드(입장권 수요가 아주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나 경기) 이벤트다. 입장권은 매진된 지 오래고,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암표도 구하기가 어렵다. 소치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취재 아이디카드를 발급받은 각 나라 취재진도 입장권이 있어야 경기장 입장이 가능하다.
러시아의 쌍둥이 변호사 크리스티나-이아니나 트로우치 자매(30)는 여왕의 마지막 무대를 함께할 방법을 찾아냈다. 김연아의 경기가 열리는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의 자원봉사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자매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국제관세법 관련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소치 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공고가 뜨자 이들은 곧바로 지원서를 냈다. 조건은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일하겠다는 거였다. 회사에 휴가를 낸 뒤 지난달 27일부터 소치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기 하루 전인 18일 경기장에서 만난 자매는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데 대해 무척 들뜬 표정이었다. 언니 크리스티나 씨는 “김연아는 굉장히 우아한 선수다. 점프나 스핀을 하지 않고 그냥 빙판 위에 있는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동생 이아니나 씨도 “김연아는 수준이 다른 연기를 한다. 다른 선수와는 비교할 수 없다. ‘퀸(Queen)’ 연아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믿기 힘든 광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김연아와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 중 누구를 응원할까. 이아니나 씨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마음이 두 조각이 나 있는 것 같다. 올림픽 금메달이 한 개밖에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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