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74·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장·사진)가 포럼 참석차 방한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달 28일 만났다. 마침 북한이 미사일 네 발을 쏜 다음 날이었다. “이산가족 상봉을 끝내자마자 도발을 한 북한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놀라지도 않았다. 국제 사회에서 잊혀지길 원치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는 쇼이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 문제의 해법은 대화, 특히 남북 당사자의 대화가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대화론자다. 4월부터 본보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상황을 어떻게 보나.
“매우 안정적(stable)이라고 본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화를 안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우리(미국)는 김정은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남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김정일에 대해서만큼은 조금이라도 알았지만 이 새파란 젊은이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지난해 10월 베를린과 런던에서 이용호 외무성 부상 등 북한 고위층과 만났다고 들었다.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고 했다. 핵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물으니 ‘예스’라 하더라. 물론 이 말은 핵을 포기할 거라는 말과는 다르다. 하지만 나는 북한과 함께 이야기할 가치는 있다고 본다. 현재는 남한이나 미국 모두 조심스러워하는 상태다. 오바마 정부도 대화에 열정적이지 않고.”
―대화를 꼭 해야 하나.
“그렇다. 북한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절대로 ‘오케이, 우리가 핵을 포기할게. 이제 대화하자’고 하진 않을 것이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어떤 정보를 들은 게 있나.
“없다. 미국도 특별히 계획하는 게 없고, 남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방북 계획이 있나.
“없다. 북한에 간 적(2009년)이 있는데 현재로선 다시 방문할 계획이 없다.”
―한국에 와서 보니 통일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느끼나.
“확실히 더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어떻게 통일이 되도록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다. ‘일어나면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통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정보? 돈? 국민적인 동의?
“남한 경제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다음은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의 준비다.”
화제를 국제관계로 돌렸다.
―미중 관계는….
“나는 낙관주의자이지만 어려움은 계속 있을 거라 본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둘 다 서로 절충을 해야만 한다. 공통의 관심사는 많다. 경제, 안정, 평화 같은 것들 말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아베 총리에 대해서는….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가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 많은 미국 지식인들은 일본이 한국, 중국과 더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베가 하고 있는 일은 명백히 일본만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미국 지식인 사회 분위기는….
“비판이 많다. 워싱턴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으로서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더 일본에 대해 비판적이다. 미국에는 일본과 한국 두 동맹국이 다 중요하다. 한일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문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방미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녀는 현재 한국을 잘 대변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훌륭한 지도자이다.”
―어떤 점에서….
“강한 내면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나라를 생각하고. 부모를 총탄에 잃는 끔찍한 일을 겪었지만 계속 일관된 삶을 살았다. 여성 리더가 없는 한국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것 자체만으로도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만한 이유가 된다고 본다.”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나올까.
“나올 것이다. 힐러리가 될지도 모른다.”
―힐러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가면 당선될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에도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 한국도 할 수 있다면 미국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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