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Hot 피플]GM 첫 여성 CEO 메리 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리콜 절벽 앞 ‘GM의 잔 다르크’ 또 칼 빼들어

최근 취임한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가 쉐보레 크루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리콜사태 은폐 의혹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진 출처 USA투데이
최근 취임한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가 쉐보레 크루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리콜사태 은폐 의혹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진 출처 USA투데이
GM이 정부의 구제금융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면서 1월 15일 최고경영자(CEO)로 앉힌 메리 배라의 닉네임은 ‘GM의 잔 다르크’다. GM의 첫 여성 CEO로서 2008년 파산 이후 어려운 시절을 겪어야 했던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만큼 컸다. 그러나 그는 경영 구상을 제대로 펼쳐보기도 전인 취임 두 달 만에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GM은 엔진 연료점화장치 이상이 있는 2003∼2007년 형 6개 모델 160만 대의 리콜을 실시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 모델들은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후 회사가 이를 2001년부터 알고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 연방의회, 도로교통안전국(NHTSA), 뉴욕 연방검찰 등이 이번 은폐 의혹에 대한 조사와 수사에 착수하면서 GM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GM이 2009∼2010년 차량 1200만 대를 뒤늦게 리콜했다가 24억 달러(약 2조5700억 원)의 손실과 함께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던 도요타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사기죄’를 걸어 집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어 소송에 진다면 파산에 맞먹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특히 자동차 안전 문제에 민감해 도요타뿐만 아니라 2000년 포드의 자크 내서 CEO도 안전 문제로 미 의회 청문회에 출두한 지 1년도 안 돼 사임해야 했다. 배라 CEO는 지난주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리콜 문제와 관련해 당국 및 다른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협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어떻게 내부 은폐가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는지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취임 이후 두 주 정도 지난 이후에 이 문제를 알게 되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번 위기만 잘 넘긴다면 그가 좀 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는 반전의 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줄을 잇는다. 평상시보다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훨씬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취임 이후 고위 임원직 인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통해 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는 기회도 맞은 셈이다.

회사 내외부에서는 19세부터 GM과 인연을 맺어 33년 넘게 GM을 떠난 적이 없는 배라의 이력이 이번에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GM 폰티액 엔지니어로 39년간 일한 부친의 뒤를 이어 GM의 부설 자동차대학인 캐터링대에 입학한 이후 GM 인턴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말단 엔지니어부터 글로벌제품개발, 제조엔지니어 등의 분야에 부사장까지 지내면서 회사 내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자동차 플랫폼 수를 단순화했을 뿐 아니라 인사담당 부사장 때는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첫 GM 여성 CEO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서 처음으로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깼다.

다만, 이처럼 회사 내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가 과연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연료점화장치 결함을 몰랐을까 하는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NHTSA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107개 항목의 질의서를 GM 측에 보내고 금주 내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번 위기에 첫 해결지를 제출해야 하는 배라 CEO가 첫 단추를 잘 끼울 것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메리 배라 ::


1961년 미시간 주 워터퍼드 출생

1980년 산학(産學) 인턴십으로 GM과 첫 인연

1990년 스탠퍼드대 MBA 박사

2008년 글로벌제조엔지니어링 부사장

2011년 글로벌 제품개발 부사장

2014년 1월 15일 최고경영자(CEO) 취임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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