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 친구들과 추억여행 떠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 4월 5, 6일 서울 올림픽공원서

늦은 밤 경기 가평군 미사리의 라이브 카페 무대에서 이상벽 김세환 송창식 윤형주(왼쪽부터)가 오랜만에 합을 이뤘다. 송창식이 먼저 시작한 즉흥 연주에 두 대의 기타가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찰떡처럼 달라붙었다. 가평=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늦은 밤 경기 가평군 미사리의 라이브 카페 무대에서 이상벽 김세환 송창식 윤형주(왼쪽부터)가 오랜만에 합을 이뤘다. 송창식이 먼저 시작한 즉흥 연주에 두 대의 기타가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찰떡처럼 달라붙었다. 가평=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들은 좀처럼 으르렁대지 않는다. 앉은 채로 나지막이 부르는 노래의 힘, 그 자체로 듣는 이를 울렁대게 한다.

오래된 ‘통기타 아이돌’, 쎄시봉. 김세환(66) 송창식(67) 윤형주(67)가 다시 뭉쳤다. 만 2년 만이다. MC 이상벽(67)의 입담, 시인과 촌장 출신의 걸출한 세션 기타리스트 함춘호(53)의 연주가 힘을 보탠다.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가 다음 달 5일과 6일 오후 7시,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다.(5만5000∼13만2000원·1544-7543)

2010년 MBC TV ‘놀러와’에 이들이 출연한 뒤 불어닥친 ‘쎄시봉 열풍’은 문화현상으로 해석됐다. 아이돌과 댄스 음악이 장악한 가요 시장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통기타 열풍이 불었다.

이들의 절묘한 ‘합’은 여전할까. 최근 송창식이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 ‘쏭아’에서 이들을 만났다. 밤 11시였다. 세 명의 통기타와 노랫소리가 깊은 밤을 가르자 모닥불이라도 지피고 싶어졌다.

“열풍이 불던 때 가는 곳마다 (공연이) 매진인 상황 속에서 (활동이) 끝났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죠. 송창식 씨가 활동을 절제하는 스타일이어서…. 쉬는 동안 사업 방송 공연 활동으로 각자 바빴는데, 우연히 뜻과 시간이 맞아서 다시 모이게 되니 너무 반갑죠.”(이상벽)

이상벽은 1960, 70년대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금요일마다 ‘대학생의 밤’ 행사의 사회를 맡으면서 마이크와 인연을 맺었다.

‘쎄시봉 친구들’은 40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2010∼2012년 열풍을 꿈꾸듯 돌아봤다. “30∼40년 전 공개방송이 끝나면 우릴 기다렸던 그 여학생들이 아줌마가 돼서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더라고요.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할 때, 참 그 감회가 대단했죠.”(김세환) “관객뿐 아니에요. 일상에 치여 분주히 살았던 우리에게도 시작점을 돌아볼 수 있는 추억여행이 됐죠.”(윤형주)

쎄시봉 열풍 이후 1960, 70년대 인기를 누린 서울 시내의 다른 음악 감상실이나 가수에 대한 조명도 잇따랐지만 쎄시봉만큼 강한 바람을 일으키진 못했다. 윤형주는 “다른 곳은 그냥 음악 감상실로 (역할이) 끝났지만 쎄시봉은 문화의 산실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행시 짓기를 포함한 재담 릴레이, 베트남전 시화전,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당대 저명인사를 초청한 토크쇼, 패티김 윤복희 정훈희 김상희도 신곡을 들고 냉정한 관객 심판대에 섰던 ‘나는 가수다’의 원조격인 성점(별점) 감상실부터 정강자의 충격적인 행위예술까지, 군사독재 아래 억눌려 있던 청년문화의 해학과 풍자, 전위와 주류가 모두 모였던 “텔레비전 같은 공간”이었다고 ‘친구들’은 설명한다.

친구들은 여느 때같이 ‘판타스틱 포’처럼 역할 분담을 해 이번 공연 준비에 임하고 있다. “저는 기획, 김세환은 자료 수집, 송창식은 음향과 악기 체크, 이상벽은 공연 전체 흐름…. 각자 개성은 굉장히 다른데 화음 이루기가 관건이죠.”(윤형주)

친구들은 요즘 새로 연주할 레퍼토리를 정하기 위한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윤형주가 “‘닐리리 맘보’ ‘오동동 타령’ ‘고향이 좋아’…, 이런 트로트 곡 메들리를 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라고 할 즈음에 어디 갔는지 안 보이던 기인 송창식이 등장했다. 여느 때처럼 오후 2시에 일어난 그가 밤 11시 넘어 ‘점심’을 해결하고 온 것이다. “새롭게 보여줄 게 뭐가 있어요, 쎄시봉인데!”

가평=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김세환#송창식#윤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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