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피아니스트 미셸 베로프(64·파리고등음악원 교수)는 서울의 봄 날씨를 만끽하는 중이다. 샹송 프랑수아(1924∼1970) 이후 프랑스 피아노 음악계의 부흥을 이끈 대표주자로 꼽히는 그는 ‘LG와 함께하는 제1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일주일 넘게 서울에 체류하고 있다.
“오늘(24일)까지 2차 예선인데 서너 명의 참가자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지 지켜봐야죠. 누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뽑힐지 궁금합니다.”
베로프는 낭시음악원을 졸업한 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권유로 파리음악원에 재입학했다. 1967년 제1회 메시앙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폴리니, 브렌델을 잇는 차세대 선두주자로 지목됐지만 1980년대 중반 오른손 부상으로 약 10년간 무대를 떠나기도 했다.
“근육긴장이상증이 갑자기 생겼죠. 의사의 도움도 받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 안에 어떤 부분이 이 병의 원인이 됐는지 살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나 자신이 스스로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어요.”
베로프는 1990년대 중반 작곡가 피에르 불레 70세 생일 기념 연주회에서 폴리니 대신 런던심포니와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해 복귀에 성공했다. 그는 드뷔시와 메시앙 해석의 권위자로서 EMI 레이블로 50장 이상의 음반을 내놓으며 음악애호가의 사랑을 받아왔다. 맑고 투명한 음색, 깔끔하고 섬세한 연주가 특징이다.
“프랑스 음악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악보라는 토대 위에 프랑스 문학과 회화 같은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에 상상력을 덧붙이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그런 스타일은 끊임없이 살아서 움직여야 하고요. 예순이 넘은 지금도 열심히 연습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배워요. 이 나이에도 나를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죠.”
베로프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를 차지하고 2012년 파리 유학길에 오른 피아니스트 조성진(20)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는 조성진을 두고 “호기심 많고 집중력이 강한 연주자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온 몸이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성진은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모든 음악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표현해내지요. 감정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랄까요.(웃음).”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문용희 피바디음악원 교수, 해미시 밀른 런던대 교수, 파비오 비디니 베를린 한스아이슬러국립음대 교수, 요헤베드 카플린스키 줄리아드음악원 교수, 에구치 후미코 일본 쇼와음대 교수, 임종필 한양대 교수, 백혜선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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