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소설을 펴낸 이외수는 “40년 가까이 글을 써왔는데도 아직도 내 글을 보면 오글거린다”면서 웃었다. 해냄 제공
“명색이 소설가인데 트위터 하느라 바빠서 소설은 언제 씁니까?”
작가 이외수(68)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2005년 장편 ‘장외인간’ 이후 9년 만에 소설 ‘완전변태’(해냄)를 내놓은 작가는 “트위터를 습작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트위터에서 좀 맹렬하게 포스팅을 합니다. 하루 10건 이상씩 속칭 ‘폭풍 트윗’을 한 적도 꽤 됩니다. 140자로 제한된 트위터는 살코기만 싹 도려내서 접시에 담아 내놓는 듯한 느낌이죠. 메시지를 함축하고, 거기서 이야기를 가지치기하면서 문장 연습을 하기에 적절한 공간입니다.”
팔로어 170만 명으로 ‘트위터 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작가는 트위터에서 늘 글쓰기 훈련을 하는 덕분에 표제작을 쓰는 데 7일, ‘파로호’는 열흘이 걸렸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1∼3개월은 족히 걸렸을 거라면서.
이번 소설집을 두고 작가는 “예술과 예술가가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신념”이라면서 “문명 비판, 사회 비판적인 단편 10편을 함께 묶었다”고 소개했다.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에서는 사법시험 합격 소식을 막 접하고 기쁨에 겨워하는 청년에게 한 노인이 질문한다. “법나무에는 법이라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던가.” ‘청맹과니의 섬’에서는 물질의 풍요가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근심걱정을 씻어주는 특별한 돌을 소재로 한 ‘해우석’에서는 삶의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애벌레에서 나비로의 변신 과정을 의미하는 표제작에 대해서는 “의식의 날개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극명하다. 날개를 가지는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요즘 동양의 오행(五行) 사상을 공부하고 있다. 서양식 삼각구도에서 벗어나 오행을 근거로 한 다섯 명의 인물을 등장시키는 작품을 준비 중이다. 물 위를 유유히 걷는 미소년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작가는 이를 위해 최근 중고 요트도 구입했단다. 거주지인 강원 화천군 감성마을 인근 파로호에 요트를 띄우고 배에서 작업할 계획이다.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으로 삼겠다는 다짐이다.
“인생의 좌우명은 ‘길이 있어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으로써 길이 생기는 것이다’. 작가로서 좌우명은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행복이 될 때까지’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독자를 사랑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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