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칼린“14년전 올브라이트가 만든 北-美대화의 틀, 부시가 걷어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두 개의 한국’ 개정판 공저… 로버트 칼린 美스탠퍼드대 연구원

‘두 개의 한국’의 공동저자 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방문연구원. 그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에 퍼진 회의론과 북한 김정은 정권 내부의 기대감 퇴색이 북-미 관계 진전의 걸림돌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두 개의 한국’의 공동저자 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방문연구원. 그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에 퍼진 회의론과 북한 김정은 정권 내부의 기대감 퇴색이 북-미 관계 진전의 걸림돌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명박 정부 때는 남북 관계가 전두환 정부 시절로 퇴보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와 같은 경로를 걷고 있어 보입니다. 보수 정부로 분류되는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 관계에 큰 진전이 있었듯 박근혜 정부도 대북 관계를 이념 문제가 아닌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방문연구원은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통이다. 중앙정보국(CIA) 분석관(1971∼1981년), 국무부 정보연구국 동아시아담당관(1989∼2002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정치자문을 역임하며 30년 넘게 북한 문제를 다뤘다. 방북 횟수도 30차례가 넘는다.

칼린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지 기자 출신인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한미관계연구소 명예소장의 저서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 두 번째 개정판 공저자로 참여했다. 그를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부터 박근혜 정부 출범 전까지의 내용을 추가한 이 책의 한글판(길산)은 5월 출간 예정이다.

칼린은 북-미 양자회담을 중시하는 미국 내 대표적 협상파다. “협상 재개가 늦어질수록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강화됩니다. 그러면 협상은 더 복잡하고 결론을 내기 어려워지죠. 6자회담은 북한을 뺀 5개국이 북한을 압박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제대로 기능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오늘날 북-미 관계의 경색 책임을 부시 행정부에서 찾는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북한 조명록 차수의 방미로 북-미 사이에는 어떤 문제도 대화로 풀 수 있는 틀이 마련됐습니다. 북-미 관계를 곤두박질치게 만든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도요. 부시 행정부는 이 틀을 걷어차 버렸습니다.”

그는 제네바 합의(1994년)가 사실상 북한의 핵 개발 시간벌기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1994년부터 (제네바 합의가 깨진) 2002년까지 8년간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이 상주하며 핵능력을 사실상 동결시켰어요. 합의 파기 후 세 차례의 핵실험과 수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 있었죠. 어느 편이 더 효과적이었나요? 협상 무용론은 지나친 흑백논리입니다.”

그는 대북 관계에 진전을 보려면 오바마 행정부가 그간 보여준 ‘전략적 인내’ 이상의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관료들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얻을 게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최근 10여 년만 생각하지 말고 1994년 제네바 합의 전후 성공적인 8년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