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稀 바라보며 신곡 발표… “그대여, 변치마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가수 남진 데뷔 50주년 맞아

가수 남진의 옷차림은 여느 아이돌 가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곡 ‘파트너’의 후렴구 가사는 소녀시대의 ‘지’와 대동소이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가수 남진의 옷차림은 여느 아이돌 가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곡 ‘파트너’의 후렴구 가사는 소녀시대의 ‘지’와 대동소이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첫눈에 딱 보는 그 순간 너는 이미 나의 파트너/그냥 멀리서 바라만 봐도 두근두근 내 가슴은 뛰네/Come on Come on 더 이상 어떻게 좋아.”(‘파트너’ 중)

관능적인 젊은 여성 댄서들 가운데서다. 가수 남진(본명 김남진·68)은 ‘우린 멋진 파트너야’ ‘둘도 없는 파트너야’ ‘너무 좋은 파트너야’의 신명나는 트로트 후렴구를 흥나게 불러 젖혔다. 데뷔 50주년에 눈물기는 없었다.

1964년 5월,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 제일주의를 국시로 내세웠다. 같은 해, 이미자는 ‘동백아가씨’를 발표했다. 핏빛 꽃 같은 울음을 담은 그 노래는 국민가요가 됐지만 ‘노래가 너무 비탄조’라는 이유로 이내 금지곡이 됐다. 남진이 데뷔한 해이기도 했다. 데뷔 앨범 제목은 ‘서울 플레이보이’였다.

8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그랜드힐튼서울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남진 데뷔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남진은 빨간 재킷과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호탕한 맏사위 같은 특유의 백퍼센트 웃음으로 그는 기자들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자리에 앉았다.

가난 떨치기를 내세운 국가는 대중문화가 비탄보다 환희를, 우수보다 역동을 그리길 강조했다. 남진의 노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꽃피었다. 강헌 대중음악평론가는 2011년 본보에 연재한 ‘가인열전’의 나훈아 편에 이렇게 썼다. ‘말하자면 남진의 노래에서 전원은 풍요로운 낙원이지만 나훈아의 노래에서 그것은 가난해서 떠나왔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인 것이다.’ ‘님과 함께’를 부르며 연애와 결혼을 한 세대는 요즘 케이팝 신드롬과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시대를 보고 있다.

9일 발표되는 신곡 ‘파트너’에 대해 남진은 “어느 날 정말 그리던, 꿈꾸던 파트너를 만난 기쁨, 그걸 말로 하기 쑥스러울 때 있잖아요. 노래방에서 이 노래 한 번 부르면 자기감정 전달할 수 있도록…”이라고 했다. “‘둥지’처럼 남녀노소 어깨춤 추며 부를 수 있는 요즘 시대의 리듬을 찾기 위해 젊은 편곡가 조성준과 일고여덟 차례나 편곡을 새로 하며 씨름했다”고 했다.

남진은 1946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그의 첫 히트곡은 ‘울려고 내가 왔나’(1965년)였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는 ‘가슴 아프게’ ‘님과 함께’ ‘그대여 변치 마오’ ‘마음이 고와야지’ ‘빈잔’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나훈아와 쌍벽을 이뤘다. 최근 만난 이미자는 “(템포가 빠른) 트로트가 싫다. 전통가요의 맥이 끊겨 아쉽다”고 했는데, 남진은 트로트의 시대를 연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천생 스타였던 그는 “너무 일찍 큰 행운과 인기를 얻어서 노래가 소중하고 이렇게 좋은 것이라는 것도 철이 들면서야 알았다”고 했다. 나훈아에 대해서는 “그 시대가 만들어준 명라이벌이었다. 그가 있기에 제가 있지 않나. 그동안 많은 사랑을 준 팬들에게 옛날처럼 서로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진은 10월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두 차례의 5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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