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옥고 현장 보니 가슴 울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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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양기탁 선생 외손녀 등 독립유공자 후손 12명, 옛 서대문형무소 찾아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앞쪽)이 독립운동가 고 양기탁선생의 외손녀 최란화 씨와 함께 옥사 내 감방문 배식구를 살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앞쪽)이 독립운동가 고 양기탁선생의 외손녀 최란화 씨와 함께 옥사 내 감방문 배식구를 살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벽에 걸린 뿌연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아려왔다. 용수(수감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머리에 씌운 둥근 통) 때문에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가 서대문형무소에서 4년간 치른 옥고가 느껴졌다. 최란화 씨(55·여)는 11일 옛 서대문형무소(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외할아버지 고(故) 양기탁 선생(1871∼1938)이 1911년 ‘105인 사건’으로 법정에 끌려가는 사진을 처음 봤다.

독립운동가인 양 선생은 애국계몽운동가의 비밀결사인 신민회를 결성해 활동했으나 일제는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 암살미수 사건을 날조해 신민회 회원 105인을 검거해 수감했다. 양 선생은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이 확정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1904년 대한매일신보 창간에 참여했던 양 선생은 1920년 동아일보 창간 당시 편집감독으로 보임됐다. 1934∼1935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내기도 했다.

최 씨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이날 처음 와봤다. 최 씨는 고문이 자행됐다는 방을 한참 바라봤다. 50∼60명이 수감됐다는 조그만 감방에 들어가서는 벽을 가만히 짚었다. 최 씨는 이날 할아버지의 수형기록표도 받았다.

“할아버지께서 이런 곳에 계셨다니 마음이 짠하네요. 너무 고생하셨을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여긴 와보겠다는 생각조차 못하던 곳이었는데 그래도 할아버지가 계셨던 곳에 오니 감회가 새로워요.”

이날 최 씨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온 건 황교안 법무부 장관 덕분이다. 황 장관은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5주년을 앞두고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독립유공자 후손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중국 국적이었던 최 씨를 비롯한 후손 12명은 모두 특별귀화를 통해 국적을 취득한 이들이다.

황 장관은 “조국을 잊지 않고 찾아줘 감사하다. 여러분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독립운동이 오늘날 헌법 정신으로 계승됐다.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의 긍지와 자긍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법무부는 2006년부터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특별귀화를 허가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886명의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법무부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자격증 취득 때까지 기술교육을 지원하고, 국내 대학 재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황교안#양기탁#105인 사건#서대문형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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