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차라리 죽여 달라고 기도했던 것 같아요. 내내 깨어 있었는데 너무 고통스럽고 무서웠거든요.”
두 다리를 모두 잃은 미국의 설레스트 코코런 씨(48·여)는 악몽과도 같았던 그때 일을 힘겹게 떠올렸다. 그는 한동안 절망과 좌절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함께 있었던 고등학생 딸 시드니 양(18) 역시 다리에 파편을 많이 맞아 흉터가 남으면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시드니 양은 잘 먹지 못하는 식이장애를 겪기도 했다.
이들의 운명을 바꾼 것은 지난해 4월 15일 오후 열린 보스턴 마라톤이었다. 결승선 근처에서 동생을 기다리던 코코런 씨는 굉음과 함께 아스팔트 위로 쓰러졌다. 압력솥 폭탄에서 튀어나온 파편들이 그의 두 다리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희망을 잃은 채 지내던 어느 날 이 모녀에게 한 20대 청년이 찾아왔다. 아프가니스탄전 참전으로 두 다리를 잃은 미 해병대 병장 출신의 게이브리얼 마티네즈 씨였다. 마티네즈 씨는 “우리는 고통 받는 게 아니라 성장하고 있다. 나 역시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 (두 분은) 더 강해지실 것”이라며 위로했다. 그의 진심어린 문병은 이후 여러 차례 계속됐다. 코코런 씨는 “젊은이가 자신의 의족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저도 잘 지내지 않느냐’며 위로하는 모습에 가슴속 작은 불씨 같은 게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로부터 꼭 1년 만인 15일 코코런 씨 모녀는 테러 현장인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을 다시 찾았다. 테러 1주기를 맞아 사진프로젝트 그룹 ‘디어월드’가 기획한 부상자 화보 촬영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모녀는 테러 직후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세상을 향해 “포기하지 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좌절의 흔적은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절망을 이겨낸 것이다.
코코런 씨는 이날 의족을 벗고 1년 전 피투성이로 누워 있던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는 남은 두 다리에 ‘여전히 서 있다’(왼쪽 사진)라는 글을 적어 생존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테러범들이 내 두 다리를 앗아갔지만 나는 여전히 서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드니 양은 배의 맨살 위에 “당신들(테러범)이 나에게 흉터를 낼 수는 있지만 나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오른쪽 사진)는 글을 적고 촬영에 나섰다. 최근 대학에 진학한 시드니 양은 “모든 사람은 상처를 갖고 있고 우리는 이를 감싸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상처들로 인한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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