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명확하다. 첫째는 노화, 그 다음엔 흡연, 음식, 바이러스다. 늙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로 인한 암은 50%를 예방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암전문병원인 미국 텍사스 MD앤더슨암센터의 로널드 드피뇨 원장(59)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2011년부터 MD앤더슨암센터의 원장을 맡아온 그는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GAP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GAP콘퍼런스는 MD앤더슨암센터가 교육과 국제 공동연구를 위해 해외 29개 자매 병원과 함께 매년 여는 행사. 한국에선 연세암병원 개원을 기념해 처음 열렸다. 국내에선 연세암병원이 유일한 자매 병원이다.
드피뇨 원장은 인터뷰 내내 흡연의 해악을 강조했다. 그는 “암의 30%는 흡연에서 비롯된다”며 “인위적으로 만든 담배로 인해 수백만 명이 삶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접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B형간염 바이러스와 관련된 간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관련된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등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으니 맞으라는 것. 그는 또 제때 건강검진을 받아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좋은 음식을 적당한 양만큼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뭘 먹는 게 좋은가”라는 질문에 “엄마가 권하는 걸 먹으면 된다”며 웃었다. 이어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붉은색 고기를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는 암 발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 이롭다”고 말했다. 운동을 할 때나 무언가에 도전할 때 받는 ‘급성스트레스’는 받아도 괜찮다는 것. 다만 심리적인 ‘만성스트레스’를 받으면 노화가 촉진돼 결국 암으로 이어진다.
한국처럼 노동시간이 긴 나라에서는 만성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까. 그는 “나도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즐기면서 일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길이 자체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드피뇨 원장은 학창시절부터 태권도를 해왔고 요가나 웨이트트레이닝, 자전거 타기 등도 꾸준히 한다. 그는 “심장을 뛰게 하는 운동을 하루에 15분 이상 하면 그것만으로도 수명을 3년 늘릴 수 있고 암 치매 비만 심장병 등의 발병률을 14%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인류는 암을 정복할 수 있을까. MD앤더슨암센터에서는 유방암과 난소암, 폐암, 전립샘암 등 일부 암의 사망률을 몇 년 안에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한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드피뇨 원장은 “암을 박멸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굉장한 발전이 있었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암은 해결될 것 같지만 제일 우려되는 건 뇌질환”이라며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은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앞으로의 도전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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