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작가(52)가 만들어낸 달밭마을 친구 미르, 소희, 바우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와 함께 숨쉬며 성장한다. 60만 부가 팔린 ‘너도 하늘말나리야’(1999년)에 이어 ‘소희의 방’(2010년)을 거쳐 3부작의 완결판 ‘숨은 길 찾기’가 최근 나왔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서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아이들은 ‘숨은 길 찾기’에선 중학교 3학년이 돼 사랑과 길에 대해 생각한다.
1일 만난 작가는 “세 친구의 이야기가 세 권으로 완결되기까지 15년이 걸렸지만 작품 속에서 흐른 시간은 3년”이라면서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출간됐을 때만 해도 초등학생들이 읽기 어려운 동화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제는 초등 3학년도 그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작가는 1989년 결혼 후 농민운동을 하는 남편을 따라 충북 청원의 시골마을에서 살았다. 근처에 있던 느티나무와 진료소를 보면서 ‘저 풍경이 배경인 글을 쓰고 싶다’고 한 생각이 이 3부작의 시작이었다.
“시골에서 만난 여러 조손가정의 조숙한 초등학생,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이 소설 속 캐릭터의 모델이 됐다. 처음부터 연작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뒷얘기가 궁금하다는 독자 편지를 10년 가까이 받았다. 한참 못 쓰다 어느 날 두 번째 이야기가 폭풍처럼 쏟아졌고 그때 못다 쓴 내용을 3편으로 담아냈다.”
‘숨은 길 찾기’에서도 작가의 특징으로 꼽히는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빛난다. 성인 독자의 눈에도 유치한 구석 없이 책장이 잘 넘어간다.
“어린이, 청소년 독자에게 재미없는 교훈으로 가득 찬 문학작품을 읽으라는 건 폭력이나 다름없다. 작가로서 첫손에 꼽는 덕목은 재미다. 책에 펼쳐지는 세계에 빠져서 끝까지 다 읽은 뒤에는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가 남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문학의 힘이다. 마음이 충만해지고, 어떤 일렁임이 일게 하는 것.”
작가의 첫 독자는 대학생인 아들(26)과 딸(24). 때론 “엄마 작품은 너무 비현실적이다”라든가 “농사짓는 게 좋아서 농촌에 사는 사람을 남겨진 사람으로 보는 건 실례다” 같은 날카로운 비평도 서슴지 않는다고. 딸은 표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초창기 작품에는 부모가 이상적이고 완전한 인물로 그려진다. 내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작품 속 부모가 예전보다 미성숙하고 더 어려진다. 이 나이 되면 다 보이고, 입만 열면 잠언이 흘러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완성된 인간은 없다. 퇴보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작가는 이날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여학생들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났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어디에서든 만나는 아이들이 더없이 귀하고 예쁘다. 작가이기 전에 한 엄마로서 생각하면 작품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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