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얼마나 들 것 같으냐’고 묻자 송승헌은 “관객은 김대우 감독을 신뢰한다. 이제 내게서 배우 냄새가 난다고 하면 흥행 대박보다 더 기쁠 것 같다”고했다. 뉴 제공
드라마 ‘가을동화’(2000년)의 청년 준서가 벌써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배우 송승헌(38) 말이다. 14일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은 그가 벗었다는 이유로 화제가 됐다. 노출 연기는 처음이다. 그의 역할은 육군 대령 김진평. 자기 휘하 대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과 파국으로 가는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14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송승헌은 영화에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많은 분이 처음에는 한국판 ‘색, 계’를 기대하시더군요. 저와 임지연의 노출이 부각되니까요. 영화를 보고 누구는 ‘남자의 사랑에 가슴 아팠다’고 하고, 누구는 ‘종가흔의 유혹이 눈에 들어온다’고 해요. 논쟁적인 영화로 봐 주시니 좋아요.”
1969년이 배경인 영화는 폭력의 시대에 순수를 꿈꾼 군인의 이야기다. 육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한 김진평은 전도유망한 군인. 하지만 베트남전 참전의 상처와 출세를 위해 선택한 장군의 딸과의 결혼이 그를 옭아맨다. 탈출구는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자다.
“여자분들은 진평이 현실에 없는 인물이라고 해요. 하지만 저는 목숨 걸고 누군가를 사랑해봐서 알 것 같아요(그는 미혼이다). 진평은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인물이에요.”
영화를 연출한 김대우 감독은 ‘19금 전문’이다. ‘정사’ ‘스캔들’의 각본을 썼고 ‘음란서생’ ‘방자전’을 연출했다.
“송승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벗고 싶었어요. 순애보적인 바른 청년의 이미지. 배우로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요. 김 감독 영화에 출연한 후 다양한 역할의 시나리오가 들어와 배우로서 좋아요.”
그와 임지연의 베드신은 수위가 높다. 이번이 첫 영화 출연인 임지연에 대한 관심도 크다.
“촬영장에서는 몰랐는데 스크린에서 보니 임지연은 참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예요. 감독에게 ‘(노출) 수위를 조절해주면 출연하겠다’고 한 여배우가 꽤 있었다고 해요. 감독과 저는 관객이 선입견을 갖지 않는 신인배우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는 군인 관사의 분위기와 군대문화에 대한 디테일이 살아 있다. 김진평이 즐기는 왈츠와 클래식음악은 딱딱한 군복, 상명하복의 문화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김 감독의 아버지가 대령 출신이에요. 군 관사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자세히 묘사할 수 있었죠. 1969년에는 인류가 달에 착륙했고, 베트남전이 한창이었죠. 근데 이 남자(김진평)에게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이 더 큰일이죠.”
그는 1996년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데뷔했다. ‘여름향기’(2003년), ‘에덴의 동쪽’(2008년), ‘남자가 사랑할 때’(2013년) 같은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지만 스크린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다.
“드라마 시스템에 익숙했어요. 20대에 영화를 찍을 때는 하루 종일 한 신 찍는 게 힘들고 어색했어요. 드라마는 바로 (시청자) 반응이 오는데…. 이젠 완성도가 있는 영화 쪽을 더 하고 싶어요.”
한류 스타인 그는 얼마 전 받은 일본 팬의 편지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신 때문에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누군가의 감정을 움직이는 당신은 행운아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때는 연기를 그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한 작품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 참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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