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만난 김진경 연변과기대 및 평양과기대 공동총장은 21일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기쁨보다 남측인사가 졸업식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 보였다. 옌지=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평양과학기술대학은 남한과 북한이 함께 승인해 설립한 대학입니다. 남측에서 졸업을 축하해 주면 졸업생들도 평생 감사할 것인데 조금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16일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의 연변과기대에서 만난 김진경 총장(79)은 21일 열리는 평양과기대 졸업식에 한국에서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알린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졸업식에는 북핵 위기 등 남북한 상황 때문에 한국 측 인사는 한 명도 방북을 허락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9월 평양과기대 입학식에는 한국 측 인사 20명이 참석했었다. 김 총장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150명가량의 축하객이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변과기대 총장과 평양과기대 공동 총장을 맡고 있다.
이번 졸업식에는 컴퓨터전자공학 국제금융경영 농생명식품공학 3개 분야에서 44명의 석사가 학위를 받고 북한의 다른 대학에서 2, 3년을 다니다 입학해 4년 과정을 마친 학사도 150명이 졸업한다. 석사 학위자 중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나 웨스터민스터대 등에서 1년을 유학한 학생도 있다고 김 총장은 소개했다. 현재 평양과기대에는 학사와 석사 과정 합쳐 510명이 재학하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2001년 6월 통일협력사업으로 설립을 승인 받아 1년 뒤인 2002년 6월 착공식을 했으나 남북 관계가 오르내릴 때마다 건축 및 개학이 늦어지는 등 곡절을 겪었다. 남측 교수가 직접 가서 북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계획도 무산됐다. 김 총장은 “평양과기대는 통일부의 설립 인가를 받은 대학”이라며 통일부의 설립 인가증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평양과기대 안에서는 학생과 외국인 교수 모두 영어로만 대화하고 전원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북한 학생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이 대학의 또 다른 사명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평소에도 “평양과기대는 북한뿐 아니라 한민족의 미래에 큰 재산이 될 것”이라며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과기대는 의학 약학 간호 보건 등 분야를 교육하는 의학대학원도 올해 개설할 예정이다.
미국 베리언 크리스천 칼리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총장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 개인사업을 하던 중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 9월 옌지에 연변과기대를 세운 후 평양과기대까지 세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