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웨타 워크숍은 세계적인 영화 특수효과 회사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 ‘아바타’ 같은 할리우드 영화 수십 편이 웨타 워크숍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 회사의 로버트 테일러 대표(49)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6일∼8월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웨타 워크숍 판타지제왕의 귀환’ 전시회 개막식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전시에서는 웨타 워크숍이 영화에서 선보인 캐릭터와 그림 360여 점을 볼 수 있다. ‘호빗’에 나온 괴물 ‘트롤’처럼 3m가 넘는 대형 조각, 마법사 간달프의 지팡이 같은 소품, 각종 무기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테일러 대표의 방한은 2006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 5일 DDP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몇 번이나 한국에 다시 오고 싶었지만, ‘아바타’ ‘호빗’ 같은 작은 프로젝트 때문에 올 수가 없었다”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한국에는 큰 건물마다 조각 작품이 있는 게 인상적입니다. 조각이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돼요. 이번 전시가 한국 젊은이에게 영감을 줬으면 해요.”
그가 1987년 직원 2명으로 설립한 웨타 워크숍은 영화 소품과 의상을 만들던 작은 회사였다. 그의 표현대로 ‘한 칸짜리 화장실보다 조그만 회사’에서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한 비결이 궁금했다.
“당시 뉴질랜드는 기술이 발달한 나라가 아니었죠. 농경사회나 다름없었죠. 하지만 우리는 항상 모방이 아니라 오리지널이 되려고 했어요. 뉴질랜드의 좋은 풍광도 상상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웨타 워크숍은 지난해에만 ‘고질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를 비롯해 5개국, 7개 영화의 특수효과를 맡았다. 게임, TV 드라마까지 포함하면 36개 작품에 이른다.
그와 ‘반지의 제왕’ ‘호빗’을 연출한 피터 잭슨 감독은 실과 바늘 같은 사이. 잭슨 감독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그와 20년 넘게 일했죠. 개인적으로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이지만, 일할 때는 굉장한 전략가예요. 장군처럼 2000명이 넘는 스태프를 능수능란하게 지도합니다. 열정과 체력, 창의성이 대단해요.”
웨타 워크숍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나오는 괴물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송강호 주연의 ‘남극일기’의 특수효과를 맡아 한국과 인연이 깊다. “언제라도 열정적인 한국 영화사와 다시 작업하고 싶어요. 제작비가 큰 영화가 아니라도 기꺼이 일하고 싶어요. 작은 영화에 관심이 많아요. 과거 백남준 작가와도 친분이 두터웠어요.”
최근 한국 영화 중 ‘미스터 고’를 인상적으로 봤다는 그는 “‘설국열차’를 열렬히 보고 싶었는데, 사소한 일들이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한국 영화는 아주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수십, 수백 개 영화사가 각자 스토리를 만든다는 사실은 산업이 건강하다는 증거죠. 뉴질랜드는 자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강한데, 한국도 그랬으면 해요. 그러면 더 성장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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