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딛고 ‘게임개발의 꿈’ 이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8일 03시 00분


카카오게임하기에 ‘타일뿅’ 선보인 이건영 씨

17일 카카오게임을 통해 직접 만든 게임 ‘타일뿅 for kakao’를 론칭한 이건영 씨. 새봄소프트 제공
17일 카카오게임을 통해 직접 만든 게임 ‘타일뿅 for kakao’를 론칭한 이건영 씨. 새봄소프트 제공
“하루하루에 쫓기다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은 삶’으로 인생을 마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17일 ‘게임개발자’라는 직함을 새로 갖게 된 이건영 씨(48)는 이렇게 말했다. ‘직접 만든 게임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이 씨의 오랜 바람은 이날 카카오게임을 통해 론칭한 ‘타일뿅 for kakao’로 결실을 봤다. 게임개발사의 이름은 ‘새봄소프트’. 새봄은 이 씨의 딸 이름이다.

이 씨는 한때 전남 나주시에서 조립식 스티로폼 패널 제작 공장의 사장이었다. 2008년 불황으로 사업이 망하면서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자녀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택시운전 일용직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그는 게임을 ‘사랑’했다. 짬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게임은 고단한 삶에 큰 위로가 됐다. 이 씨는 지난해 초 오랫동안 꿈꿔 왔지만 늘 미뤄 오기만 했던 꿈인 ‘게임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이 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가족과 지인들을 한 명씩 설득해 나가며 게임 개발을 준비했다.

‘비전문가’인 그가 게임개발자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게임 기획 아이디어를 들고 여러 게임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게임 기획이 구체적이지 않다” “외부 아이디어를 받지 않는다”는 등의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이 씨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호서대 게임학과 출신 대학생 3명이 만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해볼 만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밤낮없는 6개월을 보냈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이 씨는 게임 캐릭터 디자인에도 남들보다 3∼4배 시간이 걸렸고 작은 일에도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렇게 그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완성시켜 나갔고 지난해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31일 카카오로부터 ‘심사 통과’ 통보를 받았다. 카카오는 일정 심사를 통과하면 카카오게임에 입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동창회와 지인들을 동원해 게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블로그도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시작할 생각이다. 대형 게임개발사와 수많은 전문 게임개발자를 상대로 이 씨의 ‘무모한’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씨는 이렇게 답했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만족보다 아쉬움이 남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전해 봤다는 경험과 과정 속에서 느꼈던 성취감은 또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망하고 싶지는 않아요!”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타일뿅#새봄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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