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즐겨 입으며 독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그를 향한 대중의 호불호는 명백히 갈린다. 한동안 그의 활동 모습을 볼 수 없었다.
6년 만의 신곡 ‘A.D.D.a(아따)’를 17일 발표한 데 이어 26일 네 곡이 담긴 6년 만의 새 앨범 ‘리부트 마이셀프 파트 1’을 내는 신해철을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 홍익로에서 만났다. 그는 “6년간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하루에 10시간 넘게 작업실에 틀어박혀 음악에 매진했다. 작업실에 방문한 지인들이 꼭 감옥에 갇힌 것 같다더라”며 웃었다.
살이 많이 찐 그에게서 전성기의 날렵한 마왕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스로도 “‘아따’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뒤 잭 블랙(미국의 코미디 배우)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한때 서릿발 같은 전자음악과 헤비메탈에 지적이고 염세적인 노랫말을 탑재해 쏟아내던 기성세대에 대한 적개심도 신작에선 넉넉한 살집처럼 부드럽게 표현됐다.
‘아따’는 삶에 치인 중년 가장의 고군분투 이야기다. 음악도 혼자서 자신의 목소리를 수백 번 겹쳐 녹음해 만들어낸 ‘원맨 아카펠라’로 만들었다. 신해철은 “사람 목소리가 낼 수 있는 주파수대에 한계가 있어 음향 실험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악기로 만든 곡의 경우, 코드를 수정하면 건반 한 번 다시 치면 되지만 원맨 아카펠라는 겹쳐 녹음해둔 수십 개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부르고 또 불렀어요. 극단적 저음이나 고음을 내기 위해 체중을 불리거나 빼기도 했고요. (너무 늘어난) 체중 문제는 이걸로 용서해 주세요. 하하.”
‘아따’는 평소 친분이 있는 서태지가 신해철의 여러 신곡을 들어본 뒤 대중에 먼저 공개할 곡으로 추천해 줬다고 한다. 만들어두고 발표 안 한 곡이 140개는 된다는 신해철은 올해 안에 넥스트의 신작과 솔로 미니 앨범 한 장을 더 낼 계획이다.
‘아따’ 외에 ‘캐치 미 이프 유 캔’ ‘프린세스 메이커’ ‘단 하나의 약속’까지 네 곡의 신작은 신해철의 이전 히트 곡들만큼 강렬하진 않지만 전자음악을 바탕으로 한 신해철 특유의 치밀한 편곡과 매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인다. 신해철은 그룹 넥스트도 20명이 넘는 멤버들이 소속된 상비군 체제로 재편하고 향후 공연 특성에 따라 ‘넥스트 유나이티드’ 시스템으로 운용하겠다고 했다.
‘단 하나의 약속’은 넉넉해진 중년의 신해철이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다. 그는 “7개의 바다와 산맥을 건너며 찾아 헤맨 도토리가 알고 보니 내 주머니 안에 있었다”고 했다.
“똥 기저귀 갈면서 사니까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우린(아이 가진 중장년층 부모) 칼 같은 태도를 갖고 있고, 우리 쪽이 더 영원한 불꽃에 가까운 사랑을 하는데, 이것들(젊은이들)이 우릴 뽕짝 정도 소재로 봐요. 미안한데, 너희들 러브스토리는 좀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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