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에게 8월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 미사 강론 전문을 접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배우 김태희는 최근 출간된 책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가톨릭출판사) 추천사에서 “교황님은 지리적 거리뿐 아니라 외국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너무 먼 곳에 계신 분이었다”며 “한동안 이 책은 제 곁에 가까이 있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교황청 그레고리오대에서 공부 중인 진슬기 신부(34·서울대교구)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 미사 강론과 각종 연설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임의준 신부(35·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가 그린 60여 점의 삽화가 실려 있다.
9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진 신부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착좌(선출) 직후부터 6월 21일까지 미사 강론과 연설 57편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았다”며 “각 편마다 QR코드가 삽입돼 있어 강연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했다”고 했다. 조금 발칙하게 느껴지는 책 제목도 2월 16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삼종기도와 설교에 나선 교황의 말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진 신부는 가톨릭 청년 신자들 사이에선 유명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유튜브에 공개된 프란치스코 교황 미사 강론 영상에 한국어 자막을 달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말이란 게 한두 문장만 떼어 놓고 보면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교황 말씀의 정확한 의미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문을 번역하게 됐고,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SNS를 창구로 택했죠.”
진 신부는 사실 책을 출판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6월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잠시 귀국했을 때 임 신부와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제안했다”며 “처음에 망설였지만 교황님의 유행어 중 하나인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Coraggio avanti)’라는 말에 힘을 얻어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교계에서 ‘그림 그리는 신부’로 통한다. 서울주보에 주기적으로 삽화를 싣고 있다. 의외로 학창시절에 늘 최저 점수를 받은 과목이 미술이었다고 했다. “몇 년 전 동료 신부들과 피정 갔다 자존감 테스트를 받았는데 100점 만점에 2점을 받았어요.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과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말에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하하.”
그는 “누군가의 책을 완독한 뒤 삽화 작업을 하면 그 사람의 영혼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느낌”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어 진 신부께 책 출간을 제안했다. 많은 분이 종교를 떠나 교황의 말씀으로 마음의 휴식과 위로를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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