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운동회 활짝… 비인기 스포츠 꿈나무 키워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역도 여제 장미란, 스포츠 스타들과 인천 정석항공과학高서 운동회

스포츠 꿈나무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는 ‘역도 여제’ 장미란(왼쪽)이 17일 인천 정석항공과학고에서 열린 ‘장미운동회’에서 학생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장미란 재단 제공
스포츠 꿈나무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는 ‘역도 여제’ 장미란(왼쪽)이 17일 인천 정석항공과학고에서 열린 ‘장미운동회’에서 학생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장미란 재단 제공
장미란(31)은 빨간색이 칠해진 목장갑을 꼈다. 표정은 결연했다. ‘역도여제’로 활동하던 시절 경기장에 오를 때의 얼굴 그대로였다. 그는 “애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 지면 안 된다”며 웃었다.

30여 명의 학생들과 한 팀을 이룬 그는 모처럼 힘을 썼다. “영차, 영차” 구령과 함께 줄을 당겼다. 장미란이 소속된 백장미팀의 승리였다. 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장미란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어진 줄다리기 결승전은 백장미팀과 들장미팀의 대결이었다. 들장미팀에는 장미란보다 훨씬 체구가 큰 씨름 선수가 있었다. 장미란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졌지만 장미란은 웃었다. 아이들도 함께 웃었다. 17일 인천 남구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장미운동회’는 장미란을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과 이 학교 1학년 240여 명의 학생들이 벌인 한 판의 축제였다.

○ 스포츠로 하나 된 아이들

장미란은 여자 역도 최중량급에서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세계적인 스타다. 지난해 초 은퇴한 뒤에는 비인기 종목 선수 및 스포츠 꿈나무 후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장미란재단 활동에 열심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장미운동회’는 장미란 재단이 벌이는 대표 사업이다. 지난해 경기 안성에 있는 새터민 특성화 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처음 행사를 열었고 올해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로 구성된 멘토 그룹이 함께 자리해 자리를 빛냈다.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박성현 전북도청 감독과 런던 올림픽 펜싱 동메달리스트 최병철(화성시청), 올림픽 탁구 동메달리스트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 육상스타 여호수아(인천시청) 등이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다.

장미란은 “스포츠를 통해 몸을 부대끼면서 즐겁게 협동심과 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게 재단의 목표다. 인생에서 한 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스포츠에서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미란재단은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캠프와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가 참가하는 스포츠 교실 등의 사업도 벌인다. 장미란재단은 이날 이 학교 남자 핸드볼부에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 선수 때보다 더 바쁜 제2의 인생

장미란은 요즘 “선수 때가 좋으냐, 지금이 좋으냐”란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그는 “선수 때도 좋고, 지금도 좋아요”라고 답한다.

그는 “역도를 할 때는 큰 부담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신나고 재미있었다. 은퇴를 한 지금은 사회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선수 때보다 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용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현재 논문 작성에 한창이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의 제2의 삶에 대한 연구가 논문 주제다. 향후 국제무대에서 스포츠 행정가로 활동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도 열심이다.

2년 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출마할 수 있다. 그는 “선수위원이 되면 국제무대에서 더 다양한 활동, 더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많은 경험을 쌓아 후배들을 위한 스포츠 행정을 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준용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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