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밀반출 문화재 돌려주게돼 뿌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美 회사원서 수사관으로 제2인생… 조태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장

“다니던 회사 비리에 분개해 수사관으로 전직하다 보니 조국의 문화재 환수까지 돕게 됐네요.”

22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이민관세청(ICE) 본부에서 열린 한국 문화재청과 ICE 간 ‘문화재 보호와 환수를 위한 정보공유 및 협력 양해각서(MOU)’ 서명식. 무뚝뚝한 표정의 조태국 ICE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장(43·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MOU로 미국에 있는 주요 한국 문화재 반환을 위한 한미 공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조 지부장의 수사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고 문화재청은 평가했다. HSI는 ICE 산하 범죄수사 기관으로 문화재 및 마약 등과 관련된 범죄를 조사한다.

한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조 지부장은 원래 대학에서 경제학과 국제정치를 전공한 뒤 대기업에서 회계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어느 날 회사에 대형 회계 비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상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상관이 “신입사원이 뭘 아느냐”며 무시하자 화가 나 수사당국에 비리 사실을 조목조목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사당국으로부터 “같이 일해 볼 생각이 없느냐”란 제안을 받았다. 수사관으로 인생이 바뀌어 콜롬비아 마약 사건 등을 담당하다 지난해부터 주한 미국대사관 내 HSI 한국지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계속 대기업에서 일했다면 아마 지금 (영국 최고급 차량인) 벤틀리를 타고 다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늦게나마 제 안에 ‘수사 DNA’를 발견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MOU 작업을 하면서 재미교포로서 마음고생도 없지 않았다. HSI 동료로부터 “왜 미국에 있는 문화재를 한국에 돌려주는 작업을 돕느냐. 네가 한국계라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다.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미국에 들어온 문화재를 돌려주는 것은 미국을 위해서도 옳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아는 미국 정신이기도 하고요.”

MOU 서명식에 참석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조 지부장 등의 도움으로 현재 미국에 있는 문정왕후 어보(왕실의식에서 시호나 존호를 올릴 때 쓰는 도장), 현종 어보는 이르면 내년 1월 환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조태국#국토안보수사국#재미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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