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在美한인들, ‘한국판 AIPAC’ 첫발 내디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300여명 버지니아주에 모여 ‘풀뿌리 활동 콘퍼런스’ 개최

미주 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상임이사가 29일 ‘미주 한인 풀뿌리 활동 콘퍼런스’에서 재미 유대인 로비단체인 ‘공공정책협의회’의 성공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주 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상임이사가 29일 ‘미주 한인 풀뿌리 활동 콘퍼런스’에서 재미 유대인 로비단체인 ‘공공정책협의회’의 성공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2007년 미국 하원의 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서 시작해 올해 버지니아 주 공립학교 교과서 동해 병기 법안 통과로 정치력을 인정받은 미주 한인들이 그동안 쌓은 풀뿌리 정치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기 위한 ‘미주 한인 풀뿌리 활동 콘퍼런스(KAGC)’를 개최했다.

재미 한인 300여 명은 29일(현지 시간) 버지니아 주 웨스틴호텔에 모여 2박 3일 동안의 일정을 시작했다. 버지니아 주와 수도 워싱턴 등을 무대로 진행되는 이번 콘퍼런스는 미주 한인들이 힘을 한데 모아 미국 연방 의회와 행정부 등을 상대로 한국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입법과 정책 활동을 요구하도록 하는 단일 조직을 만들려는 첫 시도다.

해마다 3월 세계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 한복판의 컨벤션센터를 며칠 동안 통째로 빌려 수만 명이 운집하는 재미 유대인 로비단체 ‘공공정책협의회(AIPAC)’처럼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한국판 AIPAC를 꿈꿔온 재미 한인들이 드디어 역사적인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60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유대인들이 AIPAC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이스라엘과 전 세계 유대인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펴 나가도록 정치 자금을 제공하고 로비 활동을 펴는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다. 600만 명은 미주 한인 170만 명의 3배가 넘는다.

참석자들은 첫날 모임에서 그동안 각 지역에서 거둔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모임의 향후 목표를 설정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정순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총회장은 인사말에서 “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 7주년을 기념하면서 한미관계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씨를 뿌리는 역사적 과업을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대회장을 맡은 황원균 민주평통 워싱턴 협의회장은 “이제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워싱턴 정치권에 알리자”고 역설했고 준비위원장을 맡은 홍일송 버지니아 주 한인회장도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가치인 인권 문제를 더 강하게 일본 정부에 요구하자”고 촉구했다.

지난 수년간 AIPAC 회의에 참석해 관찰하고 이번 대회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상임이사는 AIPAC가 막대한 정치 자금과 로비를 무기로 미국 정치를 좌우하고 있는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유대인들은 로비 자금은 물론이고 차세대 유대인 지도자 양성 등을 위해 자신이 모은 전 재산을 생전에 AIPAC에 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들은 30일에는 워싱턴 의회 의원들의 사무실을 방문해 한국인 전문직 비자 확대와 일본의 역사 왜곡 저지 협력 등을 요구하는 로비 활동을 벌인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과 마이크 혼다 의원(민주·캘리포니아) 등 친한파 의원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한인 사회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당부할 계획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주 한인 풀뿌리 활동 콘퍼런스#버지니아 주#AIP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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