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중구 천주교서울대교구 별관에서 안중근 의사 유묵 ‘경천’ 기증식이 열렸다. 염수정 추기경과 김종박 잠원동 성당 사목회장, 일본에서 유묵을 들여온 박삼중 스님(왼쪽부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안중근(토마스) 의사가 남긴 글씨인 유묵(遺墨) ‘경천(敬天)’ 기증식이 4일 서울 중구 천주교서울대교구 교구청 별관에서 열렸다.
박삼중 스님이 일본에서 들여온 이 유묵은 3월 경매업체 서울옥션에 경매가 7억 원에 나왔으나 유찰됐다가 9일 경매에서 서울 잠원동 성당이 5억9000만 원에 낙찰을 받아 교구에 기증했다. 이 비용은 잠원동 성당 신자들이 뜻을 모아 마련했다. 잠원동 성당의 주임 신부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의 동생인 염수의 신부다.
이날 기증식에서 염 추기경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안 의사의 유묵을 교회에 모시게 돼 감격스럽고 은혜롭게 생각한다”며 “안 의사의 숭고한 삶과 뜻이 교황 방한과 순교자 시복식과 맞물려 더 잘 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사 연구의 권위자인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경천은 안 의사가 마지막 쓴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중 하나”라며 “가톨릭 신앙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삼중 스님은 “안 의사 덕분에 뜻깊은 이 자리에 있게 됐다”며 “1994년 일본인이 경천을 소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유묵을 한국으로 갖고 오기 위해 일본을 300여 차례나 오갔다”고 말했다.
경천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듬해인 1910년 3월 뤼순 형무소에서 사형 집행을 앞두고 일본인 부탁을 받아 쓴 붓글씨다. 경천 옆에는 ‘大韓國人 安重根’(대한국인 안중근)이란 글씨와 함께 손도장이 찍혀 있다.
서울대교구는 이 작품을 7일부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천주교 유물전시회 ‘서소문·동소문 별곡’전에서 공개한 뒤 2017년 완공 예정인 서소문 순교성지 교회사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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