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25년만에 친딸살해 누명벗은 재미교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딸 머물던 수련관 방화혐의 이한탁씨… 美연방법원 종신형 무효화 판결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한탁 씨가 유죄평결 25년 만인 이달 8일 누명을 벗었다. SBS TV 화면 캡처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한탁 씨가 유죄평결 25년 만인 이달 8일 누명을 벗었다. SBS TV 화면 캡처
수련관에 불을 질러 친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재미교포 이한탁 씨(79)가 25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미국 연방법원 펜실베이니아 지법의 윌리엄 닐런 판사는 8일 이 씨에 대한 유죄 평결 및 종신형 판결을 무효화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주 검찰에 120일 안에 새 증거를 찾아 그를 재기소하거나 이 씨를 석방하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1989년 7월 29일 새벽 불을 질러 우울증을 앓던 큰딸(당시 20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그의 딸은 펜실베이니아 주 포코노 산의 한 수련관에 머물렀고 이 씨는 딸을 보려고 이곳을 찾았다. 당시 오전 3시쯤 수련관 숙소에서 불이 났고 그는 딸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불길을 견디지 못해 먼저 뛰어나왔다. 그의 딸은 결국 숨졌다.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은 이 씨가 휘발유 등 여러 발화성 물질을 건물 내부에 뿌려 불을 질렀다며 그를 범인으로 몰아갔다. 이 씨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지금까지 항소와 재심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기각 당했다. 하지만 그의 변호사인 피터 골드버거 씨가 뉴욕 시 소방국 화재수사관 출신인 존 렌티니 씨의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한 뒤 법원이 증거 심리를 명령했다. 2012년 미 항소법원은 “이 씨의 옷에 묻은 발화 물질이 모두 다른 등 당시 검찰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렌티니 씨의 증언을 받아들였다. 그 후 2년여 만인 올해 5월 29일 열린 증거 심리에서 검찰은 렌티니 씨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했다.

골드버거 변호사는 빠른 시일 내에 이 씨에 대한 보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변이 없는 한 이 씨는 올해 안에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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