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해녀를 노래로 새겨두고 싶었어요. 노래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강하고 힘 있게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이죠. 파란 바다를 하늘의 새처럼 헤엄치는 어린 해녀가 돼서 힘차게 노래했어요.”
가수 정훈희(62)가 다음 달 6년 만에 신곡을 낸다. 제주의 해녀를 주제로 한 ‘시 오브 러브’(사랑의 바다)란 곡이다. ‘바다가 삼켜버린 마지막 그 기억도/다시 난 돌리고 싶어/오늘도 바다 위에서 소녀가 되지….’ 구슬 같은 목소리는 ‘안개’ ‘꽃밭에서’의 것과 다름없지만 젊은 감각의 매끈한 포크 음악에 얹히는 모양새가 신선하다. 작사 작곡은 김신일 씨가 맡았다.
‘시 오브 러브’는 다음 달 2일 발매될 국내 최초의 해녀 헌정 음반 ‘해녀, 이름을 잇다’에 담길 예정이다. 한동준 윤영배 같은 포크 가수부터 에브리싱글데이, 로큰롤라디오 같은 록 밴드, 서울 홍익대 앞에서 주목받는 프롬 김목인 강아솔 한소현 같은 젊은 싱어송라이터와 기타리스트 정성하, 뮤지컬 배우 윤희석, 여창 가객 이기쁨, 제주 출신 밴드 데빌이소마르코까지 다양한 장르와 연령대의 음악가가 참여했다.
정훈희는 본디 과작(寡作) 가수다. 열일곱 나이에 ‘안개’로 폭풍 같은 데뷔를 했지만 가수 김태화와 결혼한 뒤 가수 활동은 이어가되 신곡 취입엔 인색했다. “애 낳고 결혼생활에 집중하다 보니 가요계 물결도 많이 바뀌고…. 하지만 노래를 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죠.” 정훈희의 신곡 발표는 2008년 40주년 기념 음반 발표 이후 처음이다. “어릴 적 고향 부산의 송도나 다대포에서 해녀들이 성게며 해삼 같은 해산물을 잡아 좌판에 벌여놓고 파는 걸 많이 봤어요. 목숨을 걸고 하는 힘겨운 일인데 그간 그들에게 우리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요. 남일 같지 않아 흔쾌히 참여했습니다.” 그는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이 방영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소유(씨스타)를 가상 며느리 삼아 동고동락했다. 마침 소유는 제주도 출신이었고 인천 출신인 김태화는 스쿠버다이빙 마니아다. 그들에게서 들은 바다 이야기도 이번 작업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으로 비영리연구소인 제주문화컨텐츠연구소(소장 김근혜)가 주관한 이번 음반은 희미해져 가는 전통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제작됐다. 마침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놓고 한국의 해녀와 일본의 아마(海女)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나왔다. 제주나 해녀를 주제로 한 전통음악 및 명상음악 모음집은 있었지만 해녀를 주제로 여러 가수가 모여 만든 헌정 음반은 처음이다.
음반 프로듀스는 드라마 ‘파스타’ ‘골든타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에브리싱글데이의 리더 문성남 씨와 기획자 권민영 씨가 함께했다. 프로듀서, 가수, 작곡가, 음반 속지 일러스트레이터와 손글씨 제작자 모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기획자 권 씨는 “음반 수익금 전액은 해녀 관련 음식 메뉴 개발과 두 번째 해녀 음반 제작비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음반 발매에 앞서 13일 수록 곡 중 하나인 프롬의 ‘그녀의 바다’가 디지털 싱글로 각종 음원 사이트에 먼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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