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새 생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4억 모금
현지 헤브론병원에 소아심장센터 문열어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7일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중환자실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7일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중환자실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헤브론병원 2층 심장센터 수술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판막 이상 등 네 가지 심장 복합 기형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체아 소크니 양(6)을 수술하고 있었다. 현지 의사들도 한국 의료진의 수술법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 센터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인공심폐기, 심혈관 조영장비 등 최첨단 시설을 지원해 지난달 초 새롭게 문을 열었다. 국내 병원이 해외에 세운 첫 심장수술 시설이며, 캄보디아 최초의 소아심장센터이기도하다. 센터를 연 뒤 지금까지 총 8명의 심장병 환아들이 수술을 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2007년 한국 선교단체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자선병원인 헤브론병원은 그동안 무료 진료를 해왔다. 올해부터는 병원이 자립해 현지인에 의해 운영될 수 있도록 혈액검사 등 일부 비용을 유료화했다. 하지만 비싸진 않다. 심장센터의 수술비도 현지 병원의 100분의 1도 안되는 100달러(약 10만 원)에 불과하다.

6일 오전 헤브론병원 로비에서는 심장센터의 개소식이 열렸다. 환자와 그 가족, 김한수 주캄보디아 대사, 엥 후앗 캄보디아 보건부 차관,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 등 100여 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원장은 “캄보디아 심장병 환자들이 현지 의료진에 의해 치료되는 날까지 분당서울대병원이 도울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전에 캄보디아에서 심장수술이 가능한 곳은 프놈펜 칼메트병원이 유일했다. 이곳에서는 한 해 100명가량이 수술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성인이다. 소아심장병의 경우 간단한 치료만 할 뿐 수술은 엄두도 못 낸다.

센터 개설엔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4)의 공이 컸다. 최 교수는 2009년부터 헤브론병원에서 단기 의료 봉사활동을 해왔다. 최 교수는 심장병 어린이를 한국으로 보내 수술을 시키기도 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점이 안타까웠다. 최 교수는 2년 전부터 모금을 시작해 기업체 등의 도움으로 4억 원을 모금해 심장센터를 열 수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헤브론병원에서 심장병 환자 200여 명을 치료했으며 29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했다.

최 교수는 “고기(의료 혜택)를 주는 대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진정한 해외 의료봉사라고 본다. 센터가 생겨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프놈펜=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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