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7일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중환자실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헤브론병원 2층 심장센터 수술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판막 이상 등 네 가지 심장 복합 기형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체아 소크니 양(6)을 수술하고 있었다. 현지 의사들도 한국 의료진의 수술법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 센터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인공심폐기, 심혈관 조영장비 등 최첨단 시설을 지원해 지난달 초 새롭게 문을 열었다. 국내 병원이 해외에 세운 첫 심장수술 시설이며, 캄보디아 최초의 소아심장센터이기도하다. 센터를 연 뒤 지금까지 총 8명의 심장병 환아들이 수술을 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2007년 한국 선교단체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자선병원인 헤브론병원은 그동안 무료 진료를 해왔다. 올해부터는 병원이 자립해 현지인에 의해 운영될 수 있도록 혈액검사 등 일부 비용을 유료화했다. 하지만 비싸진 않다. 심장센터의 수술비도 현지 병원의 100분의 1도 안되는 100달러(약 10만 원)에 불과하다.
6일 오전 헤브론병원 로비에서는 심장센터의 개소식이 열렸다. 환자와 그 가족, 김한수 주캄보디아 대사, 엥 후앗 캄보디아 보건부 차관,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 등 100여 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원장은 “캄보디아 심장병 환자들이 현지 의료진에 의해 치료되는 날까지 분당서울대병원이 도울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전에 캄보디아에서 심장수술이 가능한 곳은 프놈펜 칼메트병원이 유일했다. 이곳에서는 한 해 100명가량이 수술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성인이다. 소아심장병의 경우 간단한 치료만 할 뿐 수술은 엄두도 못 낸다.
센터 개설엔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4)의 공이 컸다. 최 교수는 2009년부터 헤브론병원에서 단기 의료 봉사활동을 해왔다. 최 교수는 심장병 어린이를 한국으로 보내 수술을 시키기도 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점이 안타까웠다. 최 교수는 2년 전부터 모금을 시작해 기업체 등의 도움으로 4억 원을 모금해 심장센터를 열 수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헤브론병원에서 심장병 환자 200여 명을 치료했으며 29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했다.
최 교수는 “고기(의료 혜택)를 주는 대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진정한 해외 의료봉사라고 본다. 센터가 생겨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