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앞)과 탈북 청년 합창단 ‘위드 유’가 14일 오후 독도 동도나루터에서 ‘홀로아리랑’과 ‘그날에’를 합창했다. 바람이 거셌지만 바다는 잔잔했다. 독도=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한돌 ‘홀로 아리랑’ 중)
광복절을 앞둔 14일 오후 4시 5분. 경북 울릉군 독도에서 40개의 멜로디가 피어올랐다. 화음의 주인공은 20, 30대 탈북 청년 40명.
합창단은 북한 출신 대학생과 대학 졸업생이 탈북자 사회 발전을 위해 2011년 설립한 단체 ‘위드 유’ 남녀 단원으로 구성됐다. 시작은 종이 한 장이었다. 지난해 11월 ‘위드 유’는 탈북 청소년을 돕기 위한 ‘마중물 음악회’를 열었다. ‘홀로아리랑’을 합창한 뒤 “한 스무 명이서 독도 땅 밟고 ‘홀로아리랑’ 한 곡 목청껏 부르고 오면 원이 없겠다”고 했던 소박한 소망이 씨앗이 됐다.
‘독도 합창단’ 기획안 한 장 들고 G&M글로벌문화재단 문을 두드렸다. 자선 관현악단 뷰티풀마인드, 카펠라무지카서울 이강민 지휘자, 가수 이승철(48)까지 자석처럼 움직였다. ‘광복절에 즈음해 이 섬이 남북 모두가 사랑하는 우리 땅이라고 일본에 선포하고 싶다’ ‘탈북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란 걸 알리고 싶다’는 취지가 공감을 샀다.
3월부터 합창 연습을 시작했다. 4월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비용 마련 바자회를 열었다. 5월부터 이강민 지휘자에게서 합창 지도를 받았다.
씨앗은 9개월 만에 기적을 낳았다. 40명은 14일 오전 1시 서울역에서 전세버스에 올랐다. 정동진과 묵호항을 들러 3시간 반 뱃길로 울릉도를 밟은 뒤 다시 2시간 반 동안 바다를 갈라 마침내 독도에 닿았다. 청년들은 동도에 발을 딛자마자 서로에게 말없는 박수를 선물했다.
합창단은 독도 서도의 대한봉과 촛대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친 동도나루터에 대열을 맞춰 섰다. 선언문부터 읽었다. “우리 탈북 청년들은 ‘홀로 섬’ 독도와 정체성이 똑같습니다. … 북한으로부터는 ‘배신자’라 욕먹고, 남한에선 적응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습니다. … 탈북 청년들을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응원해 준다면 북한도, 남한도 경험한 우리는 독도처럼 통일의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 통일을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이어서 ‘홀로아리랑’과 ‘그날에’를 불렀다. ‘그날에’는 원정을 위해 새로 만든 곡이다. 이승철이 신인그룹 ‘네이브로’에 작사 작곡을 의뢰해 합창단에 선물했다.
이승철은 “그들을 위해 지휘봉을 드는 순간 큰 감동이 밀려왔다”고 했다. “사선을 넘어온 사람들인데 개인적 영화(榮華)만 바라지 않고 통일의 징검다리가 되겠다면서 스스로 길을 개척했잖아요. 응원하고 싶은 희망, 꿈, 미래였어요.”
‘위드 유’ 단원인 대학원생 강원철 씨(32)는 “독도에 닿는 순간 원정 준비의 힘든 기억이 싹 가셨다. 북한에서 교과서로 독도를 배웠지만 이곳에 실제로 오게 될 줄은 꿈도 못 꿨다. 여기서 통일을 노래하다니… 만감이 교차했다”며 웃었다.
이승철과 ‘위드 유’는 29일 미국 하버드대 메모리얼 처치 무대에서 ‘홀로아리랑’과 ‘그날에’를 다시 합창한다. ‘그날에’는 고향에 두고 온 이에 대한 재회의 바람이 담긴 노래다.
‘힘을 내. 그날에/우리 다시 마주 보게 될 날에/그땐 서로를 향해 웃어주기로 해/기도해. 그날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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