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기증하고 7년간 4200km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김세영씨 100번째 마라톤 완주

24일 오후 1시 55분경 강원 양구군에서 열린 ‘청춘양구 DMZ(비무장지대)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김세영 씨(35·사진)가 방산면 이목정대대 연병장의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곳에서 출발한 지 정확히 4시간55분25초 만이다. 김 씨의 100번째 풀코스 마라톤 완주였다.

마라톤 마니아에게도 100회 완주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김 씨는 과거 다른 사람에게 신장을 이식해줬기에 이번 완주가 더욱 특별하다. 그가 신장을 이식해준 것은 2007년. 당시 인천에 살던 김 씨는 우연히 장기기증운동본부를 알게 됐고 “한 살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좋은 일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기증을 서약했다.

2007년 4월 그는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40대 남성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남성 환자의 부인이 다른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등 ‘릴레이 기증’이 펼쳐지면서 모두 3명이 건강을 찾아 화제가 됐다.

수술 6개월 뒤 김 씨는 “내가 정말 건강한지 확인해보자”는 생각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3월 인천국제마라톤에서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러나 1주일 넘게 몸살을 앓는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 “다시는 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약 3개월 뒤 김 씨는 다시 마라톤 훈련을 시작했다. 마라톤의 즐거움에 눈을 뜬 2009년 그는 100회 완주를 목표로 세웠다.

마침내 약 6년 5개월 만에 24일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그는 시각장애우 마라토너의 도우미로 참가했다. 서로 손을 묶고 달리며 장애물이나 경사도 등을 알려주는 역할이다.

김 씨는 “신장 기증 뒤에도 후유증 없이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며 “꺼져가는 생명을 살렸다고 생각하면 어떤 힘든 상황도 헤쳐 갈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마라톤#신장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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