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살려면 자체 경쟁력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성기학 섬유산업연합회 회장 취임

“같은 국내 기업이니까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서로 도와주자고만 해서는 둘 다 망하고 말 겁니다.”

13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 회장으로 선임된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67·사진)은 27일 오후 취임식을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섬산련 회장으로서 노스페이스 등 영원무역 제품에 국내산 소재를 우선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성 회장은 “품질을 갖춰야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섬유센터에서 열렸다.

섬산련 회장직은 고(故) 박용학 전 대농그룹 명예회장(2대·1980∼1983년)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4대·1986∼1989년), 노희찬 삼일방직 대표(11, 12대·2008∼2014년)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거쳐간 자리다. 임기는 3년. 섬산련은 1975년 국내의 주요 섬유업체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로, 현재는 27개 단체와 38개 업체로 구성돼 있다.

성 회장은 본래 업계에서 ‘은둔형 경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언론 노출 등 대외활동에 소극적인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영원무역 사업은 B2B(기업 간 거래)가 주력이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이야기할 것이 적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며 “앞으로 적극적 대화를 통해 섬산련의 발전 방향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 회장은 국내 섬유산업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 지원에 기대기보다는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철강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나서자 오히려 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지 않았느냐”며 “정부 보호 아래 비능률을 이어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성 회장은 1974년 영원무역을 창립하면서 섬유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주로 은행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했던 다른 동기들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노스페이스를 아웃도어업계 1위로 키워내고 영원무역을 매출 1조 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성 회장은 “이제 업계에서는 원로 축에 속하기 때문에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공유해 업계의 고른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성기학#섬유산업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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