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 그러나 말끔한 와이셔츠도 넥타이도 그의 매서운 눈빛을 가리기엔 부족했다. 30년 가까운 경찰관 인생 중 20년 이상을 강력 수사에 몸담은 왕년의 강력계장, 수사과장 모습 그대로였다.
이인열 전 경기 연천경찰서 수사과장(57)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서 생활안전과 외근지도관을 끝으로 정든 경찰 조직을 떠난 ‘강력수사 전문가’다. 서울 서초서 강력팀장을 시작으로 경기 남양주서 강력계장, 서울 방배서 강력계장, 경기 연천서 수사과장 등 서울 경기 지역을 오가며 굵직한 강력 사건을 도맡아왔다. 1993년에는 서울 중부서 형사과 소속으로 일하다 7년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파견돼 근무했다. 당시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 씨를 검거하는 데 일조했다.
그는 그동안 맡은 숱한 사건 중 2005년 8월 서초서 강력팀장 재직 당시 발생한 ‘예비신부 살인 사건’을 가장 마음 아픈 사건으로 꼽았다. 결혼을 불과 석 달 앞둔 20대 여성이 옆집에 사는 20대 남성으로부터 세 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이 전 과장은 “결혼을 코앞에 둔 여성이 사망한 사건 자체가 비극적일 뿐만 아니라 증거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전 과장은 “미제로 남겨 둔 살인 사건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이 30년 경력 중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범인을 구별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냐고 물었더니 “끈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1일 2년간 집필했던 실화 기반 소설 ‘열대야’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예비신부 살인 사건 당시의 수사 과정을 소설로 각색한 책이다. 그는 이 책이 강력범죄 수사의 교과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과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부서와 국내 대학의 경호학과 등에 보낼 계획이다.
그는 이날부터 ‘법무법인 성의’에서 상근 자문위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1995년 서울지검 강력부 파견 시절 호형호제하며 함께 야근을 밥 먹듯이 했던 박충근 대표변호사(58)와 19년 만에 다시 의기투합한 것이다. 박 변호사는 검찰 재직 때 범서방파 두목 고 김태촌 씨를 수사하는 등 대표적인 강력통으로 꼽혔다. 박 변호사는 “검찰 강력통과 경찰 강력통이 다시 만났다”며 “강력사건 피해자의 구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