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전주(錢主)’들은 휴대전화로 북한 전역에 걸쳐 환치기를 합니다. 휴대전화가 자금 이동 수단인 셈입니다.”
미국 국무부 산하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김연호 기자(45·사진)는 4일(현지 시간) “휴대전화는 북한의 사적 송금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내 이동통신의 발달이 금융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에 사는 탈북자들이 더 많은 돈을 더 빨리 고향의 가족들에게 송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 브로커들이 중국 휴대전화와 북한 내 휴대전화를 맞대 놓고 탈북자와 북한 내 가족이 서로 통화할 수 있게 해 송금 여부가 금방 확인된다고 했다.
김 기자는 미국 내 북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북한 휴대전화 박사’로 통한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 주제를 파고들기 시작해 4일 ‘북한의 휴대전화 이용 실태-북한의 통신혁명은 시작됐는가’라는 제목의 한국어판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이집트 오라스콤(고려링크의 지분 75% 보유)이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을 때 북한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과 VOA의 공동 후원을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해 전문가들과 탈북자 20여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 결과를 분석한 것이 이번 보고서다. 영어판은 3월 발표됐다.
보고서는 북한 휴대전화의 서비스 현황과 기술체계, 사회경제적 효과 등 2014년 현재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보를 망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속이 심해졌지만 삼성, LG 등 한국 휴대전화들도 북한에 들어가 ‘고려링크’에 맞는 방식으로 조정된 뒤 몰래 사용됐다. 북한 시장 상인들도 휴대전화로 견본을 본 뒤에야 주문을 할 정도였다.
김 기자는 “김정은이 ‘휴대전화가 확산되고 있는 북한은 선진국’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한국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원을 거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VOA 기자로 일하며 북한 연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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