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의 ‘멘토링 코스’에서 최종 우승한 ‘손자비’팀.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심성무 최혜원 이재형 김의진 씨. 이노션 제공
“노숙인(露宿人)의 ‘노’가 ‘이슬 로(露)’인 거 아세요?”
광고전문가를 지망하는 대학생 4인방이 노숙인의 자활을 돕기 위한 재능기부에 나섰다. 현대자동차 계열 광고기획사 이노션의 대학생 교육 프로그램 ‘이노션 멘토링 코스(IMC)’에서 최근 우승한 김의진(22·인천대 경영학과), 심성무(25·가천대 방사선학과), 이재형(24·건국대 시각광고디자인학과), 최혜원 씨(20·한양대 광고홍보학과)가 그 주인공. IMC 참가자로 선발된 학생들은 광고 실무자인 멘토들로부터 업무 지도를 받으며, 우승팀은 자신들이 기획한 사회적 기업의 광고 캠페인(또는 사업 모델)을 현실에 적용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애초에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디즈니 캐릭터가 달린 아동용 옷걸이를 파는 ‘두손컴퍼니’의 광고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 노숙인, 즉 ‘길에서 사는 지저분한 존재’가 만든 물건이라는 선입견이 판매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고 여러 날에 걸친 논의 끝에 학생들은 노숙인의 사전적 의미인 ‘이슬을 맞으며 자는 사람’에서 새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심성무 씨는 “노숙인은 길에서 자는 지저분한 사람이 아니라, 새벽이슬과 찬바람을 맞으며 산전수전을 겪은 인생의 선배라는 새로운 시각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고민상담 카페인 ‘별일인家’라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카페는 인생의 선배인 노숙인들의 자활공간이자 취업·결혼 등으로 고민이 많은 청년들이 그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카페에 별도의 매장을 두고 노숙인들이 만든 물건을 판다는 계획도 세웠다.
학생들은 현재 사업계획서 속의 ‘별일인家’를 현실로 불러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무작정 찾아간 서울시청에서는 소통기획실장과 만나 공공부지 사용 허가를 위한 정책제안서를 제출한 후 심사를 받기로 했고, 건축자재 생산회사인 KCC와는 자재의 현물 기부와 관련해 협상 중이다.
김의진 씨는 “아직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려면 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별일인家’를 제2의 스타벅스로 만들어 노숙인 자활의 상징으로 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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