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과오 ‘사죄’… 인간존엄성 각성
현직 정부 수반으로는 첫 수상… 총리측 “서울시상식 꼭 참석”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08년 3월 17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한 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서울평화상심사위원회 제공
서울평화상 심사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올해 제12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해 제정된 서울평화상이 현직 정부 수반에게 주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이철승 심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사죄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각성시키고 전쟁의 폐해와 국제평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공로로 메르켈 총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2005년 10월 독일 첫 여성 총리가 된 이후 메르켈 총리는 2007년 9월 유엔총회에서 “독일의 역사적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한다”며 과오를 사과했다. 메르켈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출생(1954년 7월)한 첫 독일 총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치 독일의 만행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사죄하고 있다.
이듬해 3월에는 이스라엘 의회 연설을 통해 “쇼아(홀로코스트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독일인에게 가장 큰 수치”라며 “희생자와 생존자, 그들을 도운 여러분 모두에게 머리를 숙인다”는 말로 나치 독일의 만행에 대해 공개적이고 분명하게 사죄했다. 2013년 8월에는 독일 수장 최초로 히틀러 시절 만든 다하우 강제수용소를 방문해 희생자를 기렸으며 올해 2월 각료 16명을 대동하고 이스라엘을 찾아 홀로코스트에 대해 또다시 사죄했다. 이 같은 메르켈 총리의 행보는 침략 역사는 물론이고 군 위안부까지 부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대비됐다.
심사위는 “메르켈 총리는 역사 부정과 과거사 왜곡에 대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단호한 입장을 밝혀 인권과 정의, 화해와 공존의 가치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 2009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 때 리더십을 발휘해 재정 파탄과 유럽연합(EU) 와해를 막아낸 점도 평가됐다.
메르켈 총리 측은 서울평화상 수상자 선정에 감사를 표하고 “서울 시상식에 꼭 참석하겠다”고 위원회에 알려왔다. 그에게는 상장과 상패, 2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구체적인 방한 일정은 한국 정부와 상의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 올림픽의 동서 화합과 평화 분위기 고취를 기리기 위해 만든 서울평화상은 격년제로 시상하며 1990년 1회 수상자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선정했다. 이후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 국경 없는 의사회,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상을 받았다. 11회 수상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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