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해설자로 제2의 코트인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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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스타 현주엽, 은퇴 5년만에 방송 해설위원으로

한국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 치러진 1998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SK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는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 제도로 넘어가는 변화기였다. 제도가 정착되기 전이어서 모든 선수가 현장에 반드시 나와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는 전화로 자신의 지명 소식을 전해 들었다. 16년 뒤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그가 나타났다. 선수가 아닌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으로다. ‘매직 히포’ 현주엽(39·사진)이 돌아왔다.

현주엽은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해설위원이 된 뒤 첫 일정이었다. 마침 이날 고려대 후배 이승현(22)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같은 고려대 선배로서 역시 1순위 지명을 받았던 현주엽은 감회에 젖었다.

그는 화려하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첫 시즌에 신인 최초로 트리플더블(3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을 이뤘다. 약 10년간 코트 위의 전성기를 누리며 태극마크도 달았다. 2009년 부상으로 은퇴한 뒤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굉장히 오랜만에 농구장에 왔더니 고향에 온 것처럼 설렌다”며 웃었다.

농구계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많이 망설였다”고 했다. 목소리에서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묻어났다. 그동안 좋지 않은 소식에 연루된 것이 부담스러웠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됐고 2009년 지인에게 17억 원 투자 사기를 당해 소송까지 치렀다. 지난해부터 해설 요청이 들어왔지만 수차례 고사했다고 한다. “아직도 좀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너무 늦어지면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현주엽의 목표는 “따뜻한 해설자”다. “먼저 선수로 뛰어본 선배만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점을 토대로 따뜻한 해설을 하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프로농구#현주엽#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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