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 분야 최고위급 국제회의인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가 28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개막했다.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99개국에서 350여 명의 헌법재판기관 대표와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져 있는 발레리 조르킨 러시아 연방헌법재판소장, 헌정사상 최연소 헌재소장으로 취임한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독일 연방헌재소장, 국회의장을 지낸 장루이 드브레 프랑스 헌법위원회 위원장 등이 이번 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헌법재판과 사회통합’. 국제적 경제위기와 지역 간 분쟁이 늘고 있는 지금 시대에 헌법재판이 이런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집중 논의한다.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국가의 인터넷 규제 및 감시활동 등에 대해 참석자들이 소신 있게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잔니 부퀴키오 베네치아위원회(베니스위원회·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며 “당국이 인터넷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감시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헌재가 다루고 있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부퀴키오 위원장은 베네치아위원회가 채택한 ‘정당의 금지 및 해산, 기타 유사한 조치에 관한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묻자 “가이드라인은 보편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지침일 뿐 구속력이 없다. 위헌 정당 여부는 독립성을 가진 헌재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라고 답했다.
조르킨 소장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1993년 러시아 헌재가 ‘공산당 일당체제를 금지하는 것은 합헌이지만 공산주의자들의 정당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예를 소개하면서도 “(통진당 문제는) 국내 상황을 잘 아는 한국 헌재만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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