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이 코앞인데 ‘왜 지금 행사를 해야 하느냐’고 선수들이 묻더군요. 그래서 말했죠. 배구를 시작하는 아이들을 만나봐라. 너희들도 그런 때가 있지 않았느냐. 훈련 하루 더 하는 것보다 그때를 생각하며 각오를 새롭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9일 경기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7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 배구단이 초등학교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림캠프’를 개최한 것. 드림캠프는 삼성스포츠단 산하 12개 구단이 돌아가면서 유소년 선수들에게 원 포인트 레슨과 멘토링을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18일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이 훈련 대신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한 것은 신치용 감독(59)의 결정이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려는 본연의 목적 외에도 ‘코트의 제갈공명’다운 노림수가 있었다. 삼성화재는 주포 박철우가 이달 말 입대하기 때문에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신 감독은 “국가대표 한 명 없이 시즌을 맞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팀워크밖에 없다. 선수들이 드림캠프를 통해 ‘초심불망(初心不忘·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음)’할 수 있다면 되레 우리가 도움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한 경남 고성 거류초등학교는 4∼6학년 학생이 50명뿐인 작은 학교다. 2012년 이 학교로 부임한 유영갑 교장은 23명의 남학생 가운데 19명으로 구성된 배구 팀을 올해 창단했다. 그는 통영 유영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도 여자 팀을 만들어 배구 명문으로 키웠다. 신 감독은 “유 선생님은 예전부터 잘 알았다. 이왕이면 소도시에 있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해 거류초등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들뜬 표정으로 행사에 참가한 어린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로부터 친절한 레슨을 받았고 자신의 우상들과 팀을 이뤄 경기를 하는 등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신 감독이 이날 배구 꿈나무들에게 해 준 인사말은 이랬다.
“여러분, 운동선수는 인성이 가장 중요해요. 친구들을 배려해야 팀이 강해집니다. 선생님 말을 믿으세요(웃음). 그리고 운동을 시작했다면 정말 열심히 하세요. 그게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에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