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1회 지구촌 새마을지도자 대회가 열린 경기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1970년대 전북 임실군 오류리 부녀회장 정문자 씨(74)가 2010년대 라오스 학사이 부녀회장 필라바 사몬티 씨(38)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국적도 다르고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열정을 품은 사람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듯했다.
농촌마을로 시집와서 부녀회장을 맡아 새마을운동에 헌신한 것은 그저 가난이 지겨워서였다. 엄마들 10여 명이 ‘잘살아보자’라며 뭉쳐 1971년부터 새마을운동에 동참했다. 낙후된 마을을 개선하라며 철근 100kg과 시멘트 300포가 지원됐다. 그러나 마을이 깔끔해지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집집마다 쌀밥을 먹게 되려면 종잣돈이 필요했다.
“부녀회가 초등학교 운동회 단체복 주문을 받으러 다니고, 밥할 때마다 한 줌씩 쌀을 덜어놓았다 모아서 공동금고를 설치했어요.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저리로 빌려주기 시작했죠.”
농한기에 술로 소일하는 남편들도 괴롭혔다. 새벽에 한 시간 덜 자고 일하기 운동을 하고 감자나 담배 등 농작물을 공동 경작했다. 번듯한 현대식 부엌도 보급했다. 3년 뒤 새마을훈장 포상금으로 숙원사업이었던 다리를 놓았다. 정 씨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난 주민들 마음엔 자부심과 열정이 피어올랐다”며 “하나로 뭉쳐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일했다”고 말했다.
사몬티 씨 역시 “새마을운동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됐다. 먼지가 가득하고 자연재해에 무기력하게 당하던 사람들이 당당히 맞서고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5년 전 사몬티 씨의 학사이 마을도 오류리와 다르지 않았다. 제방이 낡아 비만 오면 마을이 물에 잠겼다. 1년에도 몇 번씩 홍수 피해를 봤다.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그러던 와중에 한국의 새마을지도자를 소개받아 뜻이 맞는 마을 주민끼리 새마을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쓸데없는 데 힘을 뺀다’며 비웃던 주민들이 마을 진입로가 포장된 뒤에는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수박 농사를 시작하고 소득이 높아지니 마을 사람이 모두 새마을운동에 신뢰감을 보냈다. 사만티 씨는 “열정을 갖고 몸부림치니 마을 전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요즘은 동네 꼬마들도 새마을운동에 대해 알 정도”라고 전했다.
사몬티 씨는 “열정과 희망을 갖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셨던 선배님의 스토리가 마음에 와닿는다”며 부러움을 전하자 정 씨는 “엄마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또 있다. 열심히 사는 엄마의 자녀는 바르게 자란다”며 격려했다.
지구촌 새마을지도자 대회는 개발도상국 38개국 새마을운동 지도자 등 4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시작해 2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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