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통증 입원 5일만에 숨져
1988년 대학가요제 ‘무한궤도’ 데뷔
록-랩-재즈 다양한 장르 넘나들며 정치-사회 논객으로도 활약
가요계 “집념의 음악인 잃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마왕’이라 불렸던 가수 신해철이 27일 오후 숨졌다. 향년 46세.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신 씨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오후 8시 19분경 허혈성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앞서 22일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입원했다가 심폐소생술과 응급 수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다.
고인은 서울 보성고교 재학 시절 그룹사운드 활동을 시작한 뒤 서강대 철학과에 다니던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 밴드 ‘무한궤도’의 보컬로 출전해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입문했다. 솔로 가수로 낸 1집에서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안녕’을 크게 히트시키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록, 랩, 전자음악,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아우른 싱어송라이터로서 서태지와 함께 1990년대 가요계를 대표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재즈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1991년)로 서태지에 앞서 세련된 한국어 랩을 선보였다. 1992년에는 록 밴드 ‘넥스트’를 결성해 ‘도시인’ ‘인형의 기사’를 히트시켰고, 1994년과 1996년에 낸 ‘더 리턴 오브 넥스트’ 앨범은 세계적인 음향 수준의 헤비메탈에 사회 비판 메시지를 결합한 수작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기억의 습작’이 담긴 전람회(김동률 서동욱)의 앨범을 프로듀스하거나 윤상과 듀오 음반을 내기도 했다.
고인은 논객으로도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2002년 대선 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히고 선거 유세에 참가했으며 TV 시사 토론 프로그램 패널로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 ‘고스트스테이션’을 비롯한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로서 날카로운 입담을 과시했다.
한 시대 대중문화를 대변한 고인의 사망 소식에 가요계 관계자들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고인이 이끈 그룹 ‘넥스트’의 전 기타리스트 김세황 씨는 전화에서 “이론이 아닌 뜨거운 가슴으로 만든 작품을 가요사에 드문 카리스마로 표현한 분”이라며 “목표한 것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루는 집념의 음악인이었다”고 말했다. 고인과 절친한 음악 동료이며 6촌 친척으로 알려져 있는 서태지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리허설 중 사망 소식을 접하고 아산병원으로 이동했다.
고인은 최근 솔로 가수와 밴드 ‘넥스트 유나이티드’ 리더로서 6년 만에 가요계로 복귀했다. 신해철은 6월 복귀에 즈음해 기자들과 만나 “지난 6년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하루에 10시간 넘게 작업실에 틀어박혀 음악에 매진했다”면서 “신곡에 삶에 치인 중년 가장의 고군분투기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발매한 미니앨범 ‘리부트 마이셀프(날 재부팅하다) 파트 원’이 그의 유작이 됐다. 마지막 수록곡 ‘단 하나의 약속’은 그가 결혼 당시부터 암 투병을 했지만 끝내 건강을 찾은 부인을 비롯한 가족과 친지에게 바친 노래여서 새삼 화제다. 후렴구는 이렇다.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하나만은 약속해줘/어기지 말아줘/다신 제발 아프지 말아요/내 소중한 사람아/그것만은 대신 해줄 수도 없어/아프지 말아요/그거면 돼….’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유족으로 2002년 결혼한 부인 윤원희 씨와 딸 지유 양(8), 아들 동원 군(6)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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