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조∼3조 원짜리 글로벌 회사를 만들려면 SM, YG 시스템으론 안 됩니다. 1년에 10장 남짓의 앨범만 제작해서는 힘듭니다. 여러 음악 장르별로 각각 특화된 레이블(산하 음반사)을 여럿 두고, 국내외에 노래를 만들어 팔 수 있도록 전방위 작곡가를 키우는 퍼블리싱 자회사도 둬야 하죠.”
음악 프로듀서 박진영(42)이 가수 데뷔 20년을 맞았다. 1994년 1집 ‘블루 시티’로 가요계에 나타난 그는 신선했다. ‘날 떠나지마’를 부르며 격렬한 춤을 추다 이내 피아노 건반을 더듬으며 ‘너의 뒤에서’를 애잔하게 불렀다. 노래, 춤, 작곡, 몸매 다 되는 솔로 남자 가수의 등장이었다.
박진영은 여기 만족하지 않았다. god의 작곡가, 프로듀서로 1990년대를 호령했고, 대형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차려 비, 원더걸스, 2PM, 미쓰에이 같은 아이돌 스타를 배출했다. 20년간 508곡을 작곡해 42곡을 가요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매년 ‘저작권 수입 1위 작곡가’로 회자된다.
4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카페에서 만난 박진영은 “JYP를 박진영의 회사로 만들고 싶지 않아졌다. 회사 체질 개선에 3년을 더 매달릴 계획”이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1955∼2011)가 별세하고 애플의 위상이 급락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제2, 제3의 박진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JYP퍼블리싱’을 설립해 현재 작곡가 30명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들의 곡이 SM, YG에도 팔리죠. 해외 대형 음반사처럼 R&B, 솔, 힙합의 다양한 하부 장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레이블 체제를 만들 작정이에요.”
JYP퍼블리싱의 작곡가 30인 중엔 원더걸스 멤버 예은도 있다. 박진영은 “그들에게 음악 프로듀서로서 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했다. “따져보니까 20년간 제 곡이 차트 1위를 하지 않은 해가 없었어요. 데이비드 포스터, 베이비페이스, 김형석 같은 제 우상도 못 이룬 일을 제가 했다니 믿기지 않아요. 감사할 뿐이죠.”
“예순에도 변함없는 노래와 춤을 보여주려 매일 단련한다”는 이 가수는 “내년에 나의 새 앨범도 낼 건데 전곡 가사가 야하게 만들어져 큰일”이라며 호들갑도 떨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게 좀 줄어들 줄 알았더니 왜…’라고 물었더니 박진영이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신혼이잖아요!” 그는 지난해 10월 재혼했다.
박진영은 원더걸스를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몇 년 전 고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총 네 팀을 현지 대형 음반사에서 ‘빵빵빵’ 터뜨릴 계획이었는데, 2008년 리먼 사태 터지면서 전부 물거품이 됐죠. 미련은 없어요. 미국 음반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걸 소유한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의 장점은 뭔지를 읽어낼 수 있었거든요.”
박진영은 8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홀에서 20주년 공연을 연다. 그는 삼성전자 ‘밀크뮤직’에서 모든 선곡을 책임지는 총괄 큐레이터도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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