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에 실패한 청년이나 실직자에게 돈만 쥐여주며 ‘취직 대신 창업을 해보라’는 게 맞는 말인가. 창업은 취업보다 100배는 더 어렵다.”
박병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이사장(전국은행연합회장·사진)은 10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캠프(D.CAMP)에서 열린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 개최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자금만 지원하는 방식의 창업 육성은 새 자영업자를 양산해 기존 자영업자를 몰아내는 것밖에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과 대통령경제수석,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박 이사장은 2012년 5월부터 전국 20여 개 금융기관이 함께 만든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을 이끌고 있다.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창업보육시설 디캠프는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투자 유치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국내 최초의 대형 창업보육시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비트코인(디지털 화폐) 전문 벤처기업 ‘코빗’ 등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이곳에서 배출됐다. 디캠프의 성공 후로 비슷한 형태의 민간 창업보육시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자금 지원 위주의 창업 정책은 건실한 스타트업보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 ‘좀비 기업’과 이를 중개하는 브로커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금과 함께 창업가의 능력을 한껏 끌어낼 수 있는 멘토링,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지원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 재단도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돈을 지원하는 역할만 했지만 제대로 된 창업 기업을 내는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박 이사장은 지금 한국 창업 환경에 대해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보다 지원 프로그램이 더 많은 공급 과잉 상태”라고 진단했다. 창조경제 정책 방향에 따라 우후죽순 생겨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옥석을 가릴 때가 됐다는 의미다. 전국 각 대학 등에 설치돼 총 280여 개에 이르는 창업보육센터에 대해선 “창업 지원 역량을 집중시키지 못한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달 23일부터 3일간 재단이 주관해 서울에서 개최되는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창업 관련 연례행사로 꼽힌다. 올해가 3회째로 1회는 캐나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다. 총 45개국 기업가와 관련 인사가 참석한다. 이번 행사에는 페이스북이 올 3월 23억 달러(약 2조4840억 원)에 인수한 가상현실 기기 제조사 ‘오큘러스VR’의 창업자 브렌던 이리브, 샤오미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중국 ‘원플러스’를 세운 피트 라우 등 유명 창업가들이 대거 참석한다. 한국 기업인으로는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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