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던 누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버블시티(Burble City)’에 메시지 하나를 띄웠다. 관악캠퍼스 자연과학대 건물에서 불산이 누출됐다는 소식이었다. 익명의 사용자가 올린 글은 반경 1.5km 안에 있던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전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같은 학교 공대 건물에서 연구하던 앱 개발자들 또한 이 메시지를 받고는 급하게 사실 여부를 수소문했다. 스타트업 버블시티의 노건일 팀장(29)은 “불산 누출은 냉장고의 냉매가스가 유출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버블시티의 특징이 잘 드러난 사례였다”며 “친구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SNS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공간정보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8명으로 구성된 스타트업 버블시티는 2년여의 연구 기간을 거쳐 업체와 같은 이름의 SNS를 17일 공식 론칭했다. 공간정보의 전문가로서 그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이 앱은 타임라인 형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메시지를 보여주는 많은 SNS와 달리 사용자가 본인의 위치 위에 메시지를 띄우는 식으로 돼 있다. 간단하게 말해 지도 위에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뜨는 식이다.
위치 기반이 버블시티의 큰 콘셉트라면 핵심은 익명 서비스다. 이름 등 최소한의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가입이 되는 다른 SNS와 달리 버블시티는 단지 e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로그인하기 위해 필요한 e메일 주소마저도 다른 사용자가 확인할 수 없다. 개인의 신상에 대한 추적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처럼 미리 지정한 시간(최소 1시간, 최대 4주)이 지나면 자동으로 메시지가 사라지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노 팀장은 “메시지가 터지면(사라지면) 업체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사라지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복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앱 이름에 넣은 버블은 지껄이다(Burble)는 의미와 함께 거품(Bubble)처럼 메시지가 터진다는 중의적인 의미라고도 덧붙였다.
버블시티는 17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 신고를 마치면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접속 사용자는 2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사업은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지만 목표는 원대했다. “세계 1등 위치 기반 SNS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답했다. 앱에 구글맵을 활용하고 7월 법인을 미국에 세운 것 또한 세계무대를 공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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