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이승만 목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03시 00분


한인 첫 美장로교회 총회장… 재미교포 종교계 대부로 불려

1960년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주도한 미국 흑인민권운동에 참여했고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에 가교 역할을 했던 재미 종교인 이승만 목사(사진)가 14일(현지 시간) 골수암 투병 끝에 조지아 주 애틀랜타 에모리대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4세.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1956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신학대에서 종교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목회 활동과 사회 운동을 병행했다. 1960년대 킹 목사의 흑인민권운동에 한인 종교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던 그는 당시 백인들로부터 “왜 동양인이 흑백 문제에 간여하느냐”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는 인종 문제를 넘어 종교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며 킹 목사를 지지했다.

1992년에는 미국 내 33개 교단을 대표하는 미국교회협의회(NCCUSA) 회장을 지내는 등 한국인으로서 미국 내 교회의 화합에 노력했다. 특히 클린턴 정부에서 백악관 종교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1994년 당시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깊이 간여하기도 했다. 2000년 6월 한국인 최초로 미국장로교회(PCUSA) 총회장에 선출될 정도로 최근까지 재미 한인 종교계의 대부 역할을 해왔다. 2010년 PCUSA로부터 종파 간 화해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톰프슨상’을 수상했다. 유족은 부인 이혜선 씨와 1남 2녀.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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