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영어선생님’ 수키 김 방한 “특권 평양과기대생도 1초의 자유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北이 연출한 모습만 믿는 사람 꽤 있어”

북한의 평양과학기술대에서 6개월간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담은 책 ‘평양의 영어선생님’을 낸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 씨(사진)가 22일 한국을 찾았다. 김 씨는 이날 ‘채널A 김부장의 뉴스통’ 출연에 앞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양과기대에 가게 된 까닭과 종북 논란을 일으킨 신은미 씨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같은 대상인 북한에 대해 신 씨와 무척 다르게 묘사했는데….

“북한은 외부인에게는 연출된 모습을 보여준다. 연출된 모습을 북한의 실제 모습이라고 믿고 나오는 사람이 꽤 있다. 북한에 들어가자마자 방문자들도 감시를 당하는데 그런 사회를 자유롭다고 보는 게 이상하다. 북한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와서 글을 쓰는 것은 홍보담당자가 할 일이다. 나는 홍보를 하려고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며칠씩 가서 보는 것은 몇 번을 들어가 봤자 똑같은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 주체사상탑 보고, 사람들 소풍하는 모습 보여준다. 그런 모습으로는 제대로 글을 쓸 수 없어 들어가서 생활하며 지켜본 것이다.”

―이번에 책을 낸 계기는….

“북한에 대한 정보는 많이 돌아다니지만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면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작가로서 북한 사회에서 통제당하는 학생들의 인간적인 단면, 생각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 등 북한의 한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북한의 특권층 자제들은 보통 주민들과 달랐나.

“평양과기대는 2011년 주체100년을 맞아 다른 모든 대학이 문을 닫고 대학생들이 공사현장에 동원되었을 때에도 유일하게 쉬지 않았던, 그야말로 특권층 자제를 위한 대학이다. 이런 학생들조차 1초의 자유도 없는 일상을 살았다. 새벽에 일어나 단체로 구보를 하고 밤에는 군복을 입고 보초를 선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학생들이 안됐다’고 느낀 적은….


“과학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이 인터넷도, 스티브 잡스도 몰랐다. 나는 일부러 ‘맥북’(애플에서 나온 노트북컴퓨터)을 펴놓기도 했는데, 학생들이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감시를 받고, 서로를 감시하고 있는 학생들이 바깥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표현하면 안 되기 때문에 호기심을 참았다고 봐야 한다. 알면서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사정을 이해할수록 안쓰럽고, 로봇처럼 행동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심정이 슬펐다.”

―북한과 평양과기대 측에서 “북한을 떠난 후 책 출간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하고 있다.

“구두로 주의사항 정도로 들었지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북한이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북한을 달라지게 할 수가 없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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