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드 더 시티’ ‘웨스트 윙’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 오브 카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들 드라마의 제작진에 공통적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있다. 연출가 겸 제작자 존 데이비드 콜스 감독이다. 그는 27일 미국에서 공개되는 ‘하우스…’ 시즌3의 연출과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콘텐츠 인사이트 2015’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만났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하우스…’ 시리즈를 방영한 뒤 가입자 수익이 미국 케이블 채널 중 최다 가입자를 갖고 있던 HBO의 가입자 수익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두 업체가 같은 위치에서 경쟁하게 됐습니다.”
그는 미국 드라마 업계를 설명할 때 방송사나 TV채널 대신 ‘콘텐츠 공급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콜스 감독은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제작 과정부터 새로웠다”고 했다. 제작 과정에서 ‘크로스 보딩(cross-boarding)’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마치 영화를 찍듯 두 개의 에피소드를 한 연출자가 한 번에 촬영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하우스…’의 경우 2시간 분량 제작에 준비 한 달, 촬영 22일 정도가 걸렸죠. 연출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시즌1, 2를 한꺼번에 제작한 것도 드문 일이다. 미국은 보통 시즌별로 드라마를 편성하고 시청률에 따라 시즌당 방영 횟수가 줄기도 한다. 콜스 감독은 “넷플릭스 측이 제작진에 26시간 동안(‘하우스…’는 시즌당 13회)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를 탐구하도록 충분한 기회를 준 것”이라며 “덕분에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그려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법칙을 묻자 전통적인 답이 돌아왔다. “좋은 이야기, 좋은 이야기, 좋은 이야기죠.”
좋은 이야기의 요건은 뭘까. 철저한 사전 준비는 필수다. ‘하우스…’ 시즌3는 지난해 1월 대본 작업을 시작해 5회 대본을 마무리한 뒤 지난해 6월 촬영을 시작했다. “‘하우스…’에는 대본을 쓰는 작가들 외에도 전문 조사원이 따로 있었고 관련 전문가가 와서 강의도 했습니다. 주연인 케빈 스페이시는 친한 의원을 따라다니기도 했죠.”
하나의 갈등 구조를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그는 “갈등이 복잡하면 이야기가 길을 잃는다. 심각한 메시지를 담는 것도 금물이다. 워너브러더스를 설립한 워너 형제 중 한 명인 샘 워너는 ‘메시지는 전보에나 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요즘은 시청자가 드라마 시청의 통제권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몰아볼 수도 있고 특정 에피소드만 볼 수도 있죠. 지상파의 뻔한 드라마로는 승부할 수 없어요. 시청자들이 한 인물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도록 ‘좋은 이야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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