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을 선언한 지 오늘(16일)로 42일째다. 이제 ‘담배 없는 삶’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순간순간 담배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누군가 “담배 완전히 끊으셨나요?”라고 묻는다면, “네 끊었습니다”보다는 “열심히 버티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특히 최근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폭행사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백지화 논란 등 마음이 무거운 일들을 겪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아침에 신문을 펴거나, 직원들의 보고를 받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담배 생각이 먼저 났다.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기도 했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담배에 대한 욕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걸 견디게 해준 건 아마도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무게감일 것이다. 가끔은 ‘족쇄’처럼 느껴지는 이 약속은 금연을 이어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국민에게 금연 사실을 알리고 동아일보에 이렇게 정기적으로 내 금연일기를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다시 담배를 피우고 있을 것이다. 금연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그래서 국민께 감사하다.
민족의 명절 설이 다가오고 있다. 아마도 이번 설에는 금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 친지들에게 금연 소식을 알리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금연에 혹시 실패했더라도 설 명절을 재도전의 기회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흡연자라면 금연에 실패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두 번 실패했더라도 다시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부도 설 명절 이후 25일부터 모든 병의원에서 금연치료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료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실패한 분들도 또 이용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명절을 한국에서 보내기 어렵게 됐다. 우리의 의료수출 프로젝트들을 점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출장을 간다. 이 때문에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만나 금연 성공담을 나누긴 힘들어졌다.
하지만 중동 출장은 보람된 여정이 될 것 같다. 모래바람을 뚫고 의료 한류의 세계 진출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과 설을 보내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출장길에는 면세점 담배 코너에 들러 판매량 변화 등을 꼭 살펴보려고 한다. 중동은 비교적 술과 담배에 제약이 많은 지역인데, 이런 분위기가 금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출장에서 돌아와서는 충남 천안 공원묘지에 계신 아버지께 꼭 들를 생각이다. 고혈압이 심했던 아버지는 생전 “담배를 끊어라”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내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생전 담배를 끊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이번 기회에 당당하게 아버지 앞에 찾아가 “담배 끊었습니다”라며 인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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