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마산고속터미널. 해군 중사는 버스를 기다리던 한 여성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본가로 가는 광주행 버스 대신 그 여성을 따라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둘은 그해 결혼에 골인했다. 이 해군과 결혼한 여성은 경남 함안군 딸 부잣집 다섯 자매의 맏딸. 나머지 여동생 네 명도 모두 해군과 결혼했다. 딸 부잣집이 ‘해군 부잣집’이 된 셈이다.
15일 해군에 따르면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사는 조근제 씨(60)의 다섯 딸 모두 해군 부사관과 결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첫째 딸 은진 씨(40)는 1998년 박철우 준위(42·당시 중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1999년에는 이란성 쌍둥이인 셋째 미진 씨(37)가 김동진 원사(42)와, 2003년에는 둘째 미화 씨(37)가 김성주 상사(41)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어 넷째 은희 씨(34)는 2007년 정준혁 상사(36)와, 막내 진주 씨(33)는 2008년 최욱성 상사(37)와 결혼했다.
해군 부부 다섯 커플로 발전한 첫 연결고리는 박 준위 부부였다. 김 원사는 진해에서 자취생활을 함께 하던 박 준위가 교제 중이던 은진 씨의 소개로 미진 씨를 만나 결혼했다. 일자리를 찾던 미화 씨는 은진 씨 부부의 진해 신혼집에 머물다가 김 상사를 만난 뒤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은희 씨와 진주 씨가 해군 남편을 얻은 건 미진 씨 부부를 통해서다. 은희 씨는 경남 창원에서 학습지 교사를 하다 2003년 초 미진 씨 부부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그러던 중 미진 씨의 남편 김 원사가 후배 정 상사를 집으로 초대한 자리에서 은희 씨를 만나 사랑이 싹텄다고 한다. 은희 씨가 결혼해 미진 씨 집을 나간 뒤 그 자리에 막내 진주 씨가 들어왔다. 당시 진주 씨가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정 상사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기 최 상사를 소개해주면서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현재 해군 남편들은 모두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첫째와 둘째 사위는 2함대, 셋째, 다섯 째 사위는 1함대와 3함대, 넷째 사위는 해군작전사령부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해군 사위들의 장인 조근제 씨는 “명절 때 사위들을 모두 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다섯 자매가 부부동반으로 모두 모인 것은 2008년 진주 씨의 결혼식이었을 정도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군인 신분이어서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 못할 뻔하기도 했다. 셋째 미진 씨가 김 원사와 결혼식을 올린 1999년 6월 13일. 예식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인 오전 11시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해군이었던 주례뿐 아니라 남편과 하객 대부분에게 비상소집령이 떨어졌다. 다행히 결혼식장에서 고용한 주례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 혼례를 치르고 이들 부부는 첫날밤을 인천여객선터미널 옆에서 보냈다고 한다.
조근제 씨는 “딸들이 사윗감을 데려올 때마다 해군 정복을 입은 늠름하고 당당한 모습에 망설임 없이 결혼을 허락했다”며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위들이 모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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